지적 오만

자극 효용 체감의 법칙

산책길에서 2004. 2. 2. 17:21


자극 효용 체감의 법칙
(2001.11. 4)

 

 

우리네 부모님 시절의 월동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더니 동감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름다웠던 옛 추억은 오늘의 우리에게 신앙일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코멘트도 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우리의 메말라감에 대한 암담함이..옛 추억을..그리워함을 넘어 동경하고 숭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들었습니다.
옛날 이야기 하면 끝이 없지요.
참 아련한 그리움이에요. 웃음을 머금을 수 밖에 없는 것들이지요.

그리고는 끝내..
내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게 됩니다.
잃어버린 순수함 깨끗함 맑음의 감수성들을요.
다시는 찾을 수 없는 본원적인 감각일 것 같아요.
다시 무엇으로,그때 그런 기쁨을 맛 볼 수 있으며 소중한 추억으로 또 다시 정리할 수 있을까요....

 

꽁치구이..
소금 듬뿍 친 꽁치구이 한마리가 아침 밥상에 올라오면..그리도 행복했어요.
그보다 먼저..연탄불에 꽁치가 구워질 때 집안팎에 퍼지는 그 환상적인 냄새라니....
살점 하나 입에 넣고 그 맛있음에 감격해하는 어린 입맛..순수한 감수성이 있었지요.
몸서리 쳐지도록 맛있었어요.
동생놈 젓가락은 꽁치로만 가고..나는 눈치보느라 애꿎은 김치쪼가리만 씹으며 꽁치대가리를 발라먹고....
동생놈이 밉상스러워서 뭐라고 하지요.
"넌 맛있는 것만 먹냐? 제 입밖에 모르는 놈"하구요.
조영남아저씨의 어릴적 소원이 무엇인지 아세요? 가수되는 것? 목사?....
아니요.

꽁치구이 한마리 통째로 다 먹는 것이 그의 어릴적 소원이었답니다.

 

그런 꽁치를 요새는 거의 먹게 되지를 않아요.
회집에 가면 꽁치구이 한 마리가 밑반찬으로 나옵니다.
그럼 조금 찝어 먹고는 그냥 버립니다.
참 이상합니다.어떻게 그렇게 바뀔 수 있는 건지....
그 옛날 꽁치의 맛은 세월과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동안 꽁치들이 맛없게 진화했을까요?
사람들이 많이 잡아 먹으니까..꽁치들이 생존할 길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맛없게 노력해 온 결과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리 미물인 꽁치지만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 그리 될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똑똑한 꽁치들....
아니면..
예전서부터 소련 아이들이 동해바다에 핵폐기물을 가져다 버려서 그 물 먹고 살아온 꽁치들이 맛대가리가 없어진건지도 모르겠구요.
아니면..
옛날에 먹은 꽁치는 연근해에서 잡아서 먹은 것이고..요즘에는 근해에 고기가 없어서 멀리 쿠릴앞바다에 가서 잡아다 먹는 것이기 때문에 예전과 맛이 다른 것일 수 있구요.
그러나 그 어떤 이유든..그렇게 열광하던 맛이 사라졌다는 것을 이해시킬 수 없습니다.

 

결국..
꽁치는 그때 그대로인데 다만 우리 입맛만 바뀐 것이지요.
더 세련되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지금..더 이상 옛 것은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지금 아무리 세련되고 자극적 맛을 가진 음식도..예전에 열광하던 꽁치구이에 끌림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 오늘 이야기의 촛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먹던 꽁치맛을 대신할 맛있는 음식이 지금은 없다는 거지요.
우리는 이미 순수한 자신의 미각을 잃었습니다.


 

며칠전 밤에..

아가사크리스티 탐정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을 봤습니다.
왜 별안간 아가사...냐구요?
그녀가 꽁치구이를 좋아했냐구요?그건 안알아봤는데....
억지로 이야기를 엮으려다 보니 좀 그렇지요? 양해해 주세요.
케이블티비에서 란제리패션쑈를 보러 들어갔다가 그 영화를 해서..옛날 생각도 나고..그래서 보기 시작했어요.
나일강 살인사건? 인가 제목이 그럴겁니다.
그녀의 소설을 어릴 때는 엄청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잡으면 궁금해서 끝을 봐야 할 만큼 흥미진진하고 감칠맛이 있었지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유치하고 빤하고 어설프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다 보지 않고 중간에 말아 버렸습니다.
전에는 못느꼈지만..
거기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젊잖아요.생활 양식도 사고방향도 딱 정형화되어 있구요.
범인들도 착하고 예의바른 사람이고....
그녀가 휴매니스트고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증거이기도 하지만....
옛날 영국의 시골 아줌마의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니 그럴 수 있다고 보여지지만..

어릴 때..붙잡고 끝을 봐야 될 만큼 정신을 쏙빼앗아 갔던 그 스토리가 지금 보니까 너무 밋밋하고 어색해서 볼 수가 없어요.
그녀 책을 많이 봐서인지..그녀의 플롯 진행 패턴이 빤해요.진부하고....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만이 아닐거예요.

나의 이지(理知)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발달해서..그 따위것들은 유치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청소년들도 그런 시시껍절한 것 안읽는 것 같은데..밤늦게 까지 게임하는 것에 몰입해 있는 것 같던데....
현대 사회의 복잡한 메카니즘에 익숙하고 매스컴의 자극에 길들여져서..옛날에 시골마을에서 작은 인간관계에만 묻혀 살았던 사람의 스토리 구성은 맥아리 없는 것으로.. 지금의 내겐 아무 흥미와 자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왠 만큼 쑈킹하지 않고서야 감정이 동하지 않게 바뀐..나이 먹어 단단해진 감수성은 좀 더 다이나믹한 자극만을 원합니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흠뻑 빠져 열광하던 내게 지금 좀 더 자극적이고 세련된 기쁨을 주는 대상이 있나요?
아무래도 없어요.
그것을 대신할 다른 기쁨은..지금 없어요.

 

천년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패턴이야 거의 같은 것 아닌가요?
위식주가 편해지고..좁은 지역사회에서의 편협한(?)룰에 얽매어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빼앗는 짓이 없어진 것들 몇개를 빼면..큰 틀은 비슷한 수준인 것 같은데....
그리고..
내가 이지가 너무 발달해서인지 교만해져서인지 매스컴에서 시켜서 꼭두각시가 되어서 그런지 경쟁자들이 너무 많아 초조함 때문인지..
작은 것에 기뻐할 수 있는 감수성을 잃었다는 것이..
그 예전과 다른 삶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디어헌터"라는 영화를 보신 적이 있는지요?
거기 러시안 룰렛게임을 하는것이 나옵니다.
열개(?)구멍 리벌버 권총에 총알을 하나만 넣고..리벌빙 탄창을 돌립니다..뺑뺑이 돌리듯..그리고 자신의 머리에 대고 쏩니다.
확률 10의1 그러나 목숨을 건 찰라의 도박....자극의 극치겠지요.
방아쇠를 당겨서..안 죽으면..울듯이 좋아합니다.
그것을 안하는 평소에는 마약하면서도 우울하게 허물어져서 지냅니다.
마약하는 사람이 마약도 싱거워지면 하게 된다는 마지막 자극제입니다.
우리는 자극을 탐하는 수준이 점점 강도를 더하고 있어요.
러시안 룰렛게임을 저 앞에두고 그 방향으로 자꾸만 치닿고 있지요.
나의 理知라는 것은,있지도 않은 허상을 꿈꾸고 자극에 면역된 채 어디로든 끌려 가고 있나봅니다.

 

이 상황에서는 이지라 할 수 없고..교만한 어리석음이라 해야 오히려 맞겠지요.

인간성..잃었던 순수한 감성의 회복과 잃어버린 미각을 찾아야 합니다.
논리가 좀 무리가 있나요?
옛날에는 꽁치구이가 맛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맛이 안난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그것이 인간성 회복이라는 거창함으로 와 있네요.ㅎㅎㅎㅎ...

음식은 가볍게 먹고 노동은 많이 해야하고 티비등 대중매체를 멀리하고 묵상하는 삶의 습관이 해결의 열쇠이지 싶습니다.

 

얼마전에"소박한 밥상"이라는 책을 봤어요.
식사는 간단히,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간단히 준비하자라는 취지의 요리책입니다.
오히려 요리책이라기 보다는 순수한 삶을 찾아 떠나는 생활지침서일 수 있어요.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하고 근원적인 우리의 미각을 일깨우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멀리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탐하는 식도락가의 개념이 아닌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쉽게 간단히 요리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리고 남는 시간을 삶의 본질적인 의미에 쏟아넣어야 한다는 뭐 그런 메세지가 담겨있다고 보입니다.

 

자극이 우리의 입맛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사례를 하나들겠습니다.
제가 커피를 마시는 취향이 설탕도 뭐도 하나도 안넣는 습관이 있어요.
설탕이 싫었어요.비만끼도 있고 해서 잘 되었다 싶었고..
그래서 나는 내가 쓴맛을 즐기는 사람인지 알았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아니예요.단맛을 탐하는 것이었어요.
입안에서 잠깐 쓴 맛 느낌 다음에 퍼지는 단맛을 좋아 하는 것이었어요.
쓴 맛이 엷어지면 설탕없이도 단 맛의 여운이 요란하지 않지만 길게 가지요.
그러나 설탕 넣은 카피는 첫 한모금만 달고 그 다음 모금은 달지 않아요.
한참만에 먹어야 단맛을 느끼지요.
자극은 금새 익숙해져 버린다는 실증이지요.
단맛은 심하면 사카린처럼 쓴맛이 나와요.몸서리쳐지는 생경한 쓴 맛....
그러나 자연스런 쓴 맛은 조금후 단 맛을 길게 여운처럼 느끼게 해주는 정신적인 감미료이지요.

 

 

고대 서양철학자들때부터 사람들의 이런 자극면역 경향이랄까..자극효과체감의 법칙을 고민한 흔적이 있어요.
그래서 쾌락을 어떻게 보존하고 유지하느냐를 연구했었지요.
방법은..자기 억제를 통해서..쾌락을,기쁨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결론이었구요.
옛날 남의 나라를 가지 않더라도 동양철학의 바탕이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것 아니겠어요....

모든 열쇠는 밖이 아닌 내 안에 있다는 관점이에요.

우리의 삶이 자극과 가벼움으로 치닫는 것을 경계해야 겠어요.
쾌락을 억제하고..쾌락일 것 까지 없이 편리함과 얄삽한 자극을 멀리하고 검박한 삶의 태도만이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려 봅니다.
별안간 이런 훌륭한 결론이?..비약이 심한가 모르겠군요.
자연과 더불어 최소한의 것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방법을 연구하자구요.
쉽지 않을 거예요.
매스컴이나 광고회사에서 나와서 그리하면 재미없을 것이다라고 협박하러 올겁니다.
또 우리 주위사람들은..그렇게 살면 왕따 시키겠다고 으름짱을 놓을 거구요.
그러나 길게 보면 이제 생존의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자극을 좇아 한 없는 소비와 방만함으로 치닿는다면 자신이 파멸과 주위를 파괴하는 일이 생기겠지요.

 

로마가 멸망한 것은 그놈의 목욕문화와 오바이트(OVER EAT)용 깔데기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먹는 쾌감을 계속 느끼고 싶은데..배불러서 못먹게 되면..오바이트용 깔데기를 입에 넣고 목젖을 간질러 토해 내지요.그게 다이어트의 원조래라 뭐라나....
그리고 들어가 계속 처먹고....
그래서 살찐 몸을 사우나탕에 들어가 땀 흘리면 개운해 하는 것..
그런 모습 어디서 많이 봤지요?
요즘의 우리랑 거의 비슷합니다.
그 옛날에는 로마만 망했지만..대량생산으로 찍어만든 많은 물산들을 사람들에게 강제로 떠 앤겨서 쓰게만드는 세상에 와 있는지 꽤 되었으니까..이번에는 지구가 멸망할 겁니다.

 

아..결국 꽁치구이가 지구의 종말을 예언하는 단계까지 왔나요?
대단한 꽁치로군요....
핵전쟁도..탄저균도..소행성 충돌도 아닌..
자본주의와 지구는 아마 그렇게 멸망할겁니다.
만약에..멸망을 하게 된다면....

 

작은 것에 기뻐하고..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아야지요.
그렇게 사는 것이 주위에 외면을 당하고..외로운 길이라도....
어떻한 경우든..버리는 것은 죄악입니다.
많이 일하고..많이 사랑하면서 살아가자구요.
세상을 즐기되 즐김의 본질을 자기억제에 있다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하고....
지구를 구하는 독수리 오형제가 되자는 것이 아니고..그리 살아야 나중에 내 자신이 잘 살았다고 생각이 들 것 같기 때문입니다.

논리의 비약이 좀 겸연쩍어서..중간 중간에 객적은 우스개 소리도 많았군요.
잘난체 하는 것으로 보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내 자신은 그리 가지 못하면서..입바른 소리이기도 함을 인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