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오만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있다

산책길에서 2004. 7. 17. 02:28
언제든..누구에게 신세를 진 일이 있다면 곧바로 갚아왔고..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지금은 빚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그런데..그게 아니었습니다.우리가 지금의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은..곧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일 겁니다.[오늘 본 드라마 대사 중]...........................내 중학교 때..강당에서 연극 공연이 있었습니다.서울의 중견 극단을 초빙해서 했었어요.서울도 아니고 경기도의 작은 중소도시의 학교..대단한 중학교인 셈이었습니다.이근삼 작가의 일요일의 불청객(제목이 불확실하군요)뚱뚱한 이순재(대발이 아빠 이순재 말고..변강쇠처럼 생긴 이순재배우..이름이 맞나?)와삐쩍마른 오현경(O양 비디오 사건의 그 오양 말고 중견 남자 배우 있어요)세상에 살면서..자기 일 이외에는 신경 쓰지 않고..이웃이나 다른 사람하고도 전혀 조우하지 않고..남 앞에 드러내지는 것도 싫어하고..남에게 도움 받기도 싫어했고..신세지기도 싫어한 사람.평범한 회사원 역할을 오현경 아저씨가 했었고..강도 역할은 이순재 아저씨.평생 굴곡없이..잘 한 일도..죄 지은 일도 없이 살았는데..어느 일요일..혼자 집에 있는데 ..강도가 침입합니다.마치 절대자의 신판처럼....평생 죄 한 번 지은 적이 없는데..자신에게 그런 사건이 발생하게 됨을 불평하지만..강도는 최후의 심판에서 처럼 그를 평가합니다.'임마 네가 죄가 없다구? 아냐 넌 죄가 커..넌 유죄야'세상과 단절해서 살고 있으며..이기심이든..불안감이든..세상을 외면하고 살아 온 것이..죄라는 이야기였습니다.오만함이 죄일 것이고..신세졌음에도 그걸 모르는 무지가 죄가 될 것이고..사람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람일 수 있는데..그 관계의 고마움을 배신했으니 죄가 될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그 강도 사건에 이상하게 얽혀서..평생 죄지은 적 한 번 없던 소시민은 살인 범죄자로 몰리던가..그래서 사형을 당한다고 하던가..하는 이야기입니다.이근삼 선생은 꽤 오래전에 돌아가셨을텐데..그 분 작품이..해학과 날카로운 꼬집기..그런 것이 주류를 이뤘던가 그럴겁니다.다소 과장되고 억지스런 구성이기는 하지만..그래서 연극이겠지요.35년도 더 되었지만..그 평범한 주인공의 삶의 모습에..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오바랩되니..웃기는 일입니다.세상과의 단절..새상과 사람들에게 아무런 채무도 없고..신세진 일 없이..깨끗하게  살아 왔다고 할 수 있지만..사람으로서 남을 도와 준 적도 없고..남의 신세를 받아 보기도 거부하고..그래서..법적으로는..전혀 죄 지은 것이 없다고 하지만..신의 심판에서는..유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죄명은..미필적 고의에 의한 거부와 단절의 죄....형벌은..죽음에 이르기까지..의심과 두려움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기.... 길은 넓고 많아 사통팔달..다만..어느 길이든..선택하고..길을 나서야 하는데..무인도에서 오래 살아 온 습관으로..판단의 경험이 없어서..어디로 가야 할 지..모르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