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성에 젖어 살아 온 일상들..
무탈함에 안도하며 또 하루를 지웠다.
이제..이 권태로움에 화가 날 때도 되었지.
오늘..남루한 노숙자들 옆을 지나치며..
새삼 그의 삶은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케 되었지.
현실을 포기한 군상이지만.....
노숙자의 자포자기의 하루와
그보다 조금 나은 나의 하루..
그도 나도 오늘 하루..하나의 날을 마감했다.
나는..
오늘 노숙자의 하루에 '온 우주가 녹아들어 있음'을 발견한다.
우주는 크고 광대하며 무한한 시간성의 공간이다.
존재함의 모든 것이며 그것을 초월하는 그 무엇이다.
우주에서는 크다 작다 서로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길다 짧다 시간을 재는 것도 의미가 없다.
어린아이의 맑고 사랑스런 모습이 예쁘다.
노숙자의 끄트머리에 와 있는 시간과 어머니의 마지막날의 시간은..
앞과 뒤 순서가 의미가 없다.
그들은 같은 것이어야..말이 된다.
멀리 숨어서 그들을 관찰하는 나도..다른 것이 없다.
길어서 문제가 아니고 크고 위대해서 다를 것 없다.
냄새나고 더러운 몰골이라서 달리 문제 될 일도 아니다.
세상의 배척에 익숙한 음습한 그의 눈초리와 더럽고 냄새나는 몰골이 대단한 것일까.
그는 곧 죽게 될 지도 모른다.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될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일 전..
온 우주가 스며 있는..어머니의 그 시간을 나는 최선의 노력으로 맞이하고 준비했어야 했다.
곧바로 돌아 가실지 몰랐다고는 하지만..가능성이 있기에 당연히 그리 했어야 했다.
'샤워하고 맥주 한 잔 하고 푹 자야지.' 나는 그랬다.
입에 발린 소리 해대면서 얄팍하게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사람은 죽을 때 평소보다 15배(?)나 강한 영적능력이 생긴다지 않는가.
눈치 채셨다고..요즘 느낀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한탄스럽다.
온 우주가 녹아 있는 엄마의 귀한 시간을 나는 홀대했다.
그 엄청난 의미를 나는 몰랐다.
노숙자도 곧 죽게 될 지도 모른다.
그 노숙자에게서 나는 나의 어머니의 시간을 봤다.
그의 오늘 하루는..우리 어머니의 그 시간만큼이나 귀하고 의미있는 시간이다.
얼마나 귀하냐 하면..온 우주가 녹아들어 있는 시간.........
곧 죽어 스러질 대상들이 가지는 시간만이 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생명들은 크든 작든 귀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일 것이다.
나는 내게 있어 '죽고 못사는' 사이..더욱 귀히 대접받아야 한다.
오늘 하루..
권태로워 하거나 두려워 하거나 비겁하게 걱정하며 허비한 내 시간도 분명 귀한 시간..
온 우주가 녹아 있는 귀한 시간일텐데......
인생을..
맨날 후회하고 한탄하면서 안타까워만 할 것인가.
밋밋한 일상이 지루해져서 오랜만에 탐하는 자극을 만져보고는
막상 그 엉터리 구조에 화가나고 챙피하고 후회했었지.
이래도 후회..저래도 후회..
그렇게 뭔가 못마땅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장자의 무차별이란 이런 것인가.
사람은 의례히 어리석기 마련이어서..
그것들의 의미와 가치를 가늠할 능력이 모자란다는 것..
그것을 깨우치는 일일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도 그것이 뭔지 모르며 흔들리는 데..
사람의 의미를 저울질 하는 것은 마치 1편만 보고 10편을 판단하는 일이라고 봐야지.
내게 주어진 우주의 시간을 나도 모르고
어머니에게 주어졌던 그 안타까운 시간의 의미를 모르고
노숙자의 처참한 마음에 있을 그도 모르는 의미가 있으니
나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다.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후회하며 살게 될 것이고
그것이 어리석은 짓임을 알았고 또한 그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지낼 것이다.
내 안에 녹아있는 우주와 사람들이 소유한 우주의 무게를 비교하기 보다는
차라리 길가 보도블럭 사이를 비집고 솟아오른 작은 풀포기의 생명력을 감탄할 일이다.
나는 모든 것들의 존재하는 동안의 그 시간의 의미를 모른다.
더우기 지금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해서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님을 깨쳐야 한다.
다만..
지금 있는 그대로
그 모두를 존중할 뿐..
나와 내 시간도 귀히 존중할 뿐이다.
그게 마땅하다.
...
...
한 6년만에 내 블로그에 들어 온 셈입니다.
다음넷 운영자놈들에게 화를 내고 나갔다가 지금 돌아왔습니다.
예전에 알았던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날 글을 이렇듯 이따금 남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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