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오만

돌멩이와 달걀

산책길에서 2012. 5. 3. 11:02

 

돌멩이와 달걀에 대한..각성된 인식

 

 

*********************

 

 

 

 고구려 돌멩이

 

 

 

 

남한산성 둘레길을 산책했던 적이 있다.

 

도시와 가까운 곳에 그런 역사 유적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고마웠는데..

 

주말..어렵지 않은 등산 코스이다 보니까..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아이들도 꽤 된다.

 

 

 

둘레길 주변 풀섶에는..깨진 기와 쪽들이 지천에 박혀 있었다.

 

조선시대 인조 임금과 백성들이 수난을 당한 아픈 역사가 서려 있어서 인지..

 

그 기와장 파편들에게서는 지독한 슬픔이 묻어 있는 듯 했다.

 

 

 

'옛날 조선시대 기와 쪼가리'

 

아이들은 신기한 듯 기와 파편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고구려 돌멩이다."


아이들은 웅성거리며 내게로 다가왔다.

 

고구려때 돌멩이라니..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남한산성은 인조 때 말고도 고려시대에도 중요한 군사 요충지였다.그런데 더군다나 고구려라니....

 

아무렇게나 방치된 돌덩이기는 하지만..댓돌쯤으로 쓰였을까..다소 가공한 흔적이 보이고..

이끼와 검버섯 자국들이 남아 있는 돌덩이일 뿐이다.

그 돌멩이가 어디에 쓰였는지 언제 어떻게 가공되었는지..지금의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건 근거 없는 뻥이었지만..사실 틀린 얘기도 아니다.


그 돌은..단연코 고구려 시대 이전..아주 오래전 태초 때 부터 있어 온 돌멩이이다.

방사선이나 탄소 동위원소 측정법으로 조사한 것도 아니지만..당연한 일 아닌가.

모든 돌멩이의 나이는..태초 지구가 만들어지던 시기나 그 근처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것.

 



내 과장된 말들이 어색해서..혼자 다시 되뇌어 본다.

"고구려 시대보다 더 오래 된 거네...."

세월의 때가 고풍스럽게 묻어있었다는 뜻일 뿐..

고구려 시대에 쓰임이 있었다가 세월과 함게 풍화되어 버려진 것 처럼 보인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원래 돌멩이가 얼마나 오래 된 물건인지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라 하듯이 그냥 하찮은 물건일 뿐이다.



사실..

'길가에 구르는 흔하디 흔한 돌멩이'들의 나이가 얼추 수십억년이 된 것이라는 사실을..

아이들 뿐 아니라..그걸 구지 상기해 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모르긴 해도..

그 모양대로 파편으로 부스러진 시기를 따지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을 것이다.

기껏 따져 봤자..인간이 그 돌멩이를  언제 다듬었는지..그것에만 관심이 있을 것이다.



고구려 돌멩이에 다소 감탄하는 아이의 표정에는..

그 아이의 영악스러움이 느껴진다.

오래된 것은 귀하고 돈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오래된 물건들에 대해서..아주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습관이 생겼다.

골동품이나 오래된 물건들의 가치는..

금액으로 환산되어지면서 객관성을 부여 받기도 한다.

 

 

 

객관성이 있고..모든이들이 인정한다고 해서 그게 옳은 일은 아니다.

 

나와 우리들의 인식은..헛점 투성이다.

 

아이들이 고구려 돌멩이라는 말에..

 

몰려와 관심을 보이는..그런 쏠림 정도가 우리네 사회적 인식의 수준일 것이다.

 


사람들의 생활패턴이..의식주 해결에 중점을 두던 시대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먹고 살만해지면서 그런 습관이 생겨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래된 것을 밝히게 되는 사람의 마음 바탕은..

아마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인간 삶의 유한성..시간의 도도한 흐름 앞에서..

그것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옛것을 소유하므로서..적어도 위안을 받을 수는 있다는 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오래된 물건이어서는 곤란하다.위안이 안된다.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는 별로 성이 차지않게 되어져 있다.



오랜 역사성이 있어야 하지만..더 나아가..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면 곤란하다.

결정적으로..희소성이 따라줘야 한다.귀해야 한다.

그래야 가치가 매겨지고 금액으로 환산되어진다.



희소성이라는 특성은..꽤 요사스러운 데가 있다.

스스로 상승작용을 한다고 할까.

금액으로 환산되어졌다는 소문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그걸 욕심내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그래서 더욱 희소성이 생긴다.

희소 가치 때문에 금액이 더욱 상승하게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희소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애탐은..

사람많은..도시화의 산물이다.

경쟁의식으로 만들어지고..확대된 가치들이다.



그러니까..

역사성이 있는 희소한 물건에게 매겨진 가격표는..

당연히 그만한 쓰임이 되질 못한다.



오래된 골동품이 그러하듯이..

세상의 모든 가치는 왜곡되고 전도되었다.

그 행태나 정도가 점점 더 도를 더하고 있다.



골동품뿐 아니라..

모든 공산품의 가치도 그렇다.특히 명품이라는 거..

 

귀해야 하고..비싸야 하고..무엇보다도 그들이 좋아해야 한다.

별 것 아닌데..마치 대단한 것처럼 부풀리는 것이..

이 시대 명품들의 속성이다.



이젠..

거짓말..눈가리고 아웅..얼렁뚱땅..얄팍한 꼬임들에 대해서 양심의 가책을 갖질 않는다.

그런 것을 보고..잘못되었음을 인식하지 않는다.



오래된 물건이라서..

엄청한 신비감을 부여하고..높은 가격표를 붙여놓지만..

사실 웃기는 일이다.



'길가에 구르는 돌맹이'는 수십억년 된 작품이다.



돌맹이의 나이를 1년이라고치고..돌멩이가 1월 1일 태어났다고 한다면..

인류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2월 27일이며..

있는지 없는지 설화로만 남아 있는..단군이 나라를 세운 때(4300여년전)는 

12월 31일 밤 11시 59분 30초다.

 

(글의 신빙성을 위해 한 마디 덧붙임..이 계산 내가 한 것이 아니고..자료 보고 베껴 온 것임)



이해 안되는 바는 아니지만..

돌맹이들 앞에서..100년 200년을 말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어야 한다.



남이 갖질 않은 것을 소유했다는 자랑은..

사실 꽤나 유치한 일임에도..

이 도시는 그것이 저급한 일임을 잊는다.



아니..

공공연한 부추김이 학문이 되었고..

능수능란한 기술의 영역으로 대접받고 있기까지 하다.



하여튼..희소성이 있어야 한다.그래야만 가진 사람이 대단하다고 평가한다.

 

루씨라는 다이아몬드 별이 있다는 데..그 곳에서는 다이아몬드 보다 돌멩이가 더 다이아몬드 값일 것이다.



돌멩이 앞에서 나이 운운하는 것과 같이..

세상이라는 마당은 얄팍함이 대세라서 그런가..



나는 오늘도..그 하찮은 가치들을 웅켜진 자를 보며..질투심에 깊게 빠져 있다.

 

치사한 일인지 뻔히 알면서도..맨날 이러고 있다.

 

 

 

*****************

 

 

 

 

달걀..달걀에게 예의를 지키자

 

 

 

 

신경 써서 달걀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흔하다 해서..그냥 깨 먹기만 한다면..그건 달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에게 애정을 갖고 자세히 쳐다보기 바란다.

문득 그 예쁨에 감탄 하게 될 것이다.



유려하고 매끄러운 곡선.. 

가로 세로 황금비율의 안정성.. 

그럼에도 일정한 균형을 거부하는 독특함들.. 

유약한 껍질의 생명체.. 

 

 

 

값 싸거나 흔한 물건이라서..업수이 여기지 말라.

 

그 극치의 아름다움을 폄하하는  일은 옳지 않으며..

 

그런 폄하는..달걀에 대한 폄하를 넘어서..당신의 삶과 세상에 대한 당신의 건들거림 일 수 있으니까....

 

 

 

얼마나 신기한 존재인지 아는가....

닭이 알을 낳을 때..뒤에 손을 대고 기다렸다가 막 나온 달걀을 만져 본 적이 있는가?

 

동그랗게 오므린 손바닥 안으로..물컹하고 묵직한 물질이 떨어진다. 

 

뜨끈 뜨끈한 껍질 부위가 말랑말랑하다.지금 막 만들은 찹쌀떡처럼.....

 

그러던 것이..차츰 식어가면서..우리가 지금 냉장고에서 볼 수 있는..그런 모습과 강도로 굳어지게 된다.

 

어릴 때 그게 참 경이스러웠다.

 

 

 

요즘 사람들은..그렇게 자연과 교감하지 않는다.그럴 일이 없다.

 

경이스럽고 고마운 일임을 모르고..그냥 소비할 뿐이다.달걀은 슈퍼마켙에서 생산한다..라고 믿을 뿐.....

 

 

 

말랑거렸던 그 껍질이 굳어졌지만..그래도 얇아서 깨지기 쉬운 그 달걀 껍질이란 것이..

 

자연계에서..외부의 힘에 가장 안정적으로 견딜 수 있는 구조라는 것도..신기하다. 


달걀이 예쁘게 생겼다 해서..비싼 도자기와 비교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ㅎㅎㅎㅎㅎ

 



수천만원 도자기나 인간의 어줍짢은 예술나부랭이들과 비교해서 

오늘 아침에 깨진 내 달걀..그것은 하찮은 값어치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냥 인간들의 가격표일 뿐이라는 것.. 

즤네들끼리 사고 팔고 잘 놀다 가시라고 하라지 뭐.....

 

나는..지금 달걀을..친숙한 애정과 함께..찬미한다.



뉴튼은 떨어지는 사과에서 영감을 얻어서 그의 학문을 열었다. 

그는 역사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고들 한다. 

그 단순함과 절묘함이 맘에 들어서..나도 평생 뉴턴의 사과를 그리워 하며 살았었다. 

나는 유명하거나 훌륭한 사람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나는 어느날 문득 계란의 아름다움을 깨닫고는 

뉴튼이 환호했을 그 사건과 견줄만한 볼륨으로 내 개인적 환희를 맛본다. 

 



몰라서 그렇지..세상은 온통 아름다운 것 투성이라는 진실을 상기해 낸다는 것이며..

 

거기에는 '나'도 포함 된다는 사실을 알아채렸다는 것이다.

유명하며 반짝거리는 뉴튼만큼은 아닐 지라도..아니 겸손해 질 필요없다..그 보다도 더..

 

나도 존엄하고 경이롭고 아름다운  존재임을 강조하자. 

모든 것이 아름답다면 나마저도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 



요즘 사람들은 점점 자연을 향유할 감수성이 점점 티미해지고 있다. 

기껏 명승고적이나 거대하거나 꽤나 희귀하기 때문에 유명한 그런 곳을 찾아갈 뿐이다. 

 

누가 그랬다지..인생의 목표를..

 

허걱..숨 넘어갈 것 같은 장엄한 경관을 보면서 감동하는 일을 큰 목표라고 했다는데..

 

장엄미(美)..오늘은 잠깐 반대..그 대단한 것들을 무시하자.

 



작은 것들..하찮은 것들..흔한 것들..을 존중하고 사랑하자.

 

냄새나는 시장 통..생선장사 좌판 모서리에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고 

깨진 시멘트 사이에 절묘하게 핀 아주 민들레 노란 꽃 한송이가 안타깝도록 절실하고 애틋하지 아니한가.

 

우리는 짐짓 모른체 한다..크거나 귀하거나 돈 되는 것이 아니라서..... 



모두.. 분업화되어서 그렇다. 

맡은 바 자기일만 잘 하면 먹여살려주니까 그렇다. 

쌀을 생산하고 야채를 기르며 간장을 담그고 길쌈해서 홈스펀도 만들고 집을 짓는 일은 

하지 않아도 먹고 입고 집에 들어가 살 수 있다. 



사람은 제가 만들어 제가 먹어야만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다. 

삶을 영위하게 해 주는 것들을 직접적으로 대해야만 삶의 본질을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며..

 

암닭의 꽁무니에 손을 대고는 그 놈과 눈을 마주치고 기다리는 시간이라도 지내야 한다.

 

달걀 하나 얻는 것이 숭고한 그 어떤 결과임을 깨우치기 위해서라도.....

 

 

숫자로 환산되어져서 오매불망 애탐해마지 않는 돈이라는 것에 인간의 존귀함을 매몰시킨지 오래되므로 또한 그렇다. 

무한 탐욕과 무한 경쟁의 세상에는 사실 희망이 없다. 



불편하고 고단하더라도.. 

익숙한 도시의 세련됨이 없고 스멀스멀 냄새나고 벌레들 득시글대더라도.. 

실로 오랜만에 내 삶을 고스란히 양도받아서 내 스스로 옳곧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설레는 일이다. 



어디 계란만이 이조백자만큼  아름답겠는가. 

세상 만물의 갯수만큼 아름다울 것이다. 

그것들을 목도하고 느끼며 살아야 한다는 것......





'지적 오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자리..행복  (0) 2018.08.13
지금 하기..(10년전에도..지금 하기...)  (0) 2012.07.02
내가 꿈 꿨나..나비가 나를 꿈 꾸고 있나  (0) 2012.05.01
버려!  (0) 2012.04.25
또 나이 이야기  (0) 2012.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