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오만

잠자리..행복

산책길에서 2018. 8. 13. 00:30

여인이랑 잠자리 해 본 적이 언제지?

까마득히 먼..한 100년은 됐을 거 같다.

나..그런 사람.


그 잠자리 아님.

말 그대로..잠 이야기.....


잠과 관련해서..행복했던 기억들......


********


행복..

우리네 인생..

행복하게 기쁘게 살아야 한다.

시한부 인생에..

그것도..오직 한 번 뿐이잖은가.


나는 언제 행복했었지?

글쎄..떠오르지 않는다.

여인이랑 몸사랑한 게 언제지?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거처럼....


돌이켜 보건 데..

내 인생에서 언제 행복을 느끼며 살았을까..연원을 둘러보지만..

딱히..

나는..행복했던 기억이..별로 없다.

기쁨도 보람도..아이도.....


야무지게 살지도 못했고..사랑하거나 헌신하며 살지도 못한 어설픈.....

내 기억 속의 사건들..

얼핏..거기에는 행복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 뵌다.


인생의 단계와 매듭들은 무심하게도 넘어갔으며..

안타깝고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상념들만이 점철된 기억들....


인생..헛 살았어.

아니..헛살았나..허투게 살았나.....


오히려..그 말 자체를 짐짓 거부하고 살았을 걸.

행복이라는 개념이나 말..낯설고 남사스러워..

행복이라는 어휘는..타부시 되어 쓰기 민망한..그 무엇 아니었던가.

불온 단어..

몰래 써야지..드러내놓고 쓰면 누가 잡아간다..

무엇엔가에 쫓겨..행복 혹은 나 자신을  방기하며 살아온 내 삶....


없는 거는 아니지..

작고 사소해서 그렇지.....


******


사랑은 아까워하는 거..나를 사랑해야 해..나를 아껴야 해..

소중한 나......


그래..

내 삶이 축축하지만은 않다는 걸..

굳이 억지스럽게라도 끄집어 내 봐.

큰 게 아니고..소소한 일상..


잠 자는 거..

그거 하나.....


잠 자는 거 관련 된 것들..

옳곧이 나를 느끼는 그 시간 잠깐....


혼자 오래 살아서..

사람과 소통..관계의 행복이 아니고.. 단절된 자기 자신 안에 것이냐 하겠지만..

같이 왁자하게 살아도..사람 다 비슷할 걸...

다 외로운 존재..그게 인간의 숙명적 속성.

그러니 혼자라서..많이 억울해 할 필요도 없고....


항상..잘 때 행복했어.

볼온 단어니까

바꾸자.

일상에서 행복이란 단어 안썼던 암울한 시절..

그래..

잘 때 좋았어..로......


잠 막 들어 갈 때..아 좋다..하면서

꼴딱 잠으로 넘어가는 싯점까지 짧은 찰라..

움직일 수 없는 단계이면서..의식은 아직 좀 남아 있는 싯점..

안온하고 그윽한 만족감..

다 벗어던져도 된다는..그 무엇으로부터 억압에서의 자유..

기다리고 기달렸던 나른한 포만감..

입이 웃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내 행복한 기억은 그거 하나..

잠 자리 들 때 행복했어.

꼴랑 그거 하나....


그런데..그거..

그 좋은 거..요샌 잘 안된다.

불면증이라서....


별 거 아니겠지..

요새 나태해져서 얻은..나태병..

몸 바쁘고 마음 몰입되면..회복 되겠지.


*********


매일매일의 거룩한 이벤트..

행복한 잠 자기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것들도 기쁨이 되기도 해.


더위에..

매트리스 패드가 땀이 찼을 거고..

그걸 걷어내어 빨래를 돌리고..

털어 빨랫대에 펴 널으면..

비릿한 물비린내..


뿌듯한 마음으로

바람에 살랑이며 말라가는 빨래를 보며..

덩달아 마음이 간질간질....


예전..어떤 탈렌트가 나오는 광고 카피가 생각 난다.

여자라서 행복해요..


남자라도 행복하다.....


어디 여자 남자 일 따로 있나..

나 나이들어..여성홀몬도 좀 나와 주시는 걸로 아는 데..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사소한 일상을 누리자는 데 .....


*********


잘 마른 패드를 침대 위에 잘 깔아주고..

그 자리에 누울 때..흡족....


누워서..손바닥으로 패드 위를 오래오래 쓰다듬는다.

손바닥에 느낌..살가운 감촉..


뽀송뽀송 까실까실..

본원적인 그리움..만족감..

그것도 행복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자면서 예쁜 마눌 엉덩이 쓰다듬는 것이 백 번 나은 감촉이겠지만..

풍요(?)의 시대에 ..이런 안타까운 결핍이라니..

어쩌랴..지금은 없는데..


그쯤에서 만족....


먼 기억..

기억은 유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


나 어릴 적..

어머니가 이불잇을 시침질 (이불 카바 쒸우는 거)하실때..

그 위에서 노는 것이 좋았다.되게 끌렸어.

개구진 내 행동에 어머니 만류가 있었겠지만..시원하고 쾌적한 감촉이 좋아서 뒹굴고 했지.

이불잇을..이불 한쪽 면을 덮고 반대편까지 넘겨서 접어 여미고..

여민 부분을 따라 다 바느질..대바늘로 중간중간 누빔도 좀 해줘야 했지.커버와 솜이불이 겉돌지 않게.

얼마나 성가셨겠냐만..

지금..안온한 내 고향의 느낌..

새 이불 작업은..기분 좋은 그리움이다.


옥양목 광목으로 된 이불잇을 띁어내 해체해서.. 

냇가에 나가 두둘겨 빨래하고..

대충 말려..풀 먹이고..

풀?..베 보자기에 쌀밥을 넣고 물 부어가며 주물러서 오래 으깨면..풀물.

그땐 믹서기 없었을때..먼 옛날 얘기..호랭이 담배먹던 시절..

나..국민학교 3학년 때 까지 칫솔 없었어.그전에는 왕소금 으깬 것으로 손가락으로 대충..귀찮으면 그것도 안했던 시절얘기니까.


풀 물 먹이고..그걸 다시 말려 주고..

다 마르면..다듬이질로 좀 펴주던가..그리고 나서 시침질...

이불 카바 바꾸는 게 그런 여러 단계를 거쳐야 마무리 되는 거였어.

그렇게 힘들게 사셨네..우리어머니.....


그걸 정갈하게 깔아주시고..꽂잠 자라고 하신다.

귀한 하루를 마감하고..잘 쉬라고....

그 새 이불을 덮으면..시원하고 쾌적하고 까실까실 기분이 좋아서 꿀잠을 잤을 걸.

풀물 먹여..이불 깃이 까끌까끌..어떤 때 사내 아이들 사고도 치고.....

불온 단어는 쓸 수 없으니.....


그때는 모든 것이 절대 빈곤인 시절..

지금은 광란의 소비 만능 시대..

소비는 절대 만족이 되지 못한다.

바닷물같아서 먹을수록 갈증만 나는.....


오히려 부족함이..아련한 그리움으로 남는거.....


감히 주장하고 싶다.

부족할 때..행복했어.

아쉬울 때가 좋은거야.

그때가 좋았어.


*********


여자애들 파자마 파티..

나도 그거.. 해 보고 싶었어.

베개 끌어안고..도란도란......


마눌 데려다가..사랑 나누고..

필로우 토킹(베갯머리 대화)..


'예쁘다'

'당신이 나를 충만케 해'

'나..별볼일없는 놈으로 알았는데..당신 만나고 부터 내가 괜찮은 놈인거 같애'

'고마워 내 사랑'

'당신이 내 여자라서 자랑스럽고..항상 좋아'

'죽을때까지 사랑할게..죽어서도 사랑을 담고 가야지'


그외 더 많은 필오우토킹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데..도통 써먹을 기회가 없다.

돈 드는 일도 아니면서..효과는 엄청 클 거 같은데..

아깝다 내 자료들....


*******


여인과 사랑하고..필로우 토킹 하고 나른한 포만감에 잠들고..

그런 훌륭한 기억은 없다.

관계에 얽매이면 본질을 잃는다.잊는다.


그냥 또 어릴 적 기억들.....


보니까..

사내놈이..어린아이나 여자애들처럼 굴었나 보다.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좋았고..정을 느끼는 대화가 땡겼다.


누나와 자면서 필로우 토킹하고 싶었는데..그때 누나는 사춘기쯤?.. 나를 귀찮아 했어.

애먼 남동생하고만....


국민학교 4학년때쯤..삼국지를 앞부분만 읽었던 때..

몇 살 어린 남동생에게 삼국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같이 나란히 잠들기 직전에....


등장인물은 어느정도 윤곽은 알지만..도원의 결의나 그 이후 조금밖에 스토리를 몰랐다.

그 이후는..책이 없었어.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지만..그 이후 부분은 못읽은.....


 그놈에게 삼국지에 대한 내 감동을 전했어.

내가 아는 삼국지..앞부분 아는 걸 다 얘기했고..


이젠 잠 들었겠지 곁눈질 해 보니..동생놈 눈이 똘망똘망..

감동 먹은거야.

그놈 기대를 저버리기 싫어서..그 이후는 지어 꾸며서 얘기하기 시작...

그 이후 며칠동안..잠자기 전에 허랑방탕한 가짜 삼국지 이야기를 꾸며서 읊어댔어.

그놈이 매일 밤 먼저 누워서 기다리고 있어서..피하기 어려웠지.

내 머리는 쥐가 나기 시작했고..밤이 되는게 두려워.

등장인물이 하늘을 날아다니는..삼국지....

그런데..며칠 지나고 나니..

동생이 질문이 많아졌어.앞 얘기와 틀리고 상관관계가 모순되고 하니까....


뼈를 깎는 작업.. 창작의 길..

독자의 잇단 비난..

괴로운 필로우 토킹..


그 이후..나는 소설가가 되기로 했어.

적어도 허황된 무협지 정도는 하루에 한 권 써 내려갈 수 있었을테니까..

바빠서..결국 그만 두기로 했지만....


첫 독자..동생놈..

그 이후..

나중에 무협지 매니아가 되게 한 게..나일거고..

계기는 그 필로우 토킹일거야.


 

필로우 토킹..

아스라이 아주 먼 기억 속으로


******


'가엾어..아기야..잘 자'


영아기..

내 어머니의 필로우 토킹..

가엾어 가엾어 가엾어.....

말끝마다 가엾다고 한다.

애정어린 사설일건데..그게 왜 하필 가엾어 일까.


'우루루루루...'


아버지도 크게 웃으며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삶은 축복이리라..모두들 나만 보면 웃는다.

안 웃는 인간은 본 적이 없다.

엄마도 웃는다.엄마의 큰 입과 익숙한 입 냄새가 좋았다.

그리고..

미안한 얘기..

웃는 엄마..치아에 검은 치석도 기억해 낸다.

우리어머니 평생 늙어서까지 정갈하고 얌전한 기품있는 귀부인이셨는데..

그런 분이 25-26살 때..그랬다.

앞에..칫솔 없는 시절의 이야기니까......


어를 때마다..가엾어 하시던 어머니가..

아이가 커서..맞을 만한 등짝이 되니까..등짝을 때리는 일이 많아졌다.


배신감..


배신은..사실 내가 먼저다.

좀 컸다고..무뚝뚝하고 건방지고..

부모 말씀..쌩까고....


영아기의 사랑 받던 그 기억은..불량을 흉내내던 나에게 매우 불편한 것이었다.

그 기억은..세상을 삐딱하게 보게 된 내 행동의 정당성과..완전 배치되는 싸가지 없는 것이었으니까.


착한 아들되기는 싫고..막나가자니 그러면 안되잖아.

혼란스러웠어.


그런데..어슴프레하고..

사실.. 아주 어렸을 적에..명료한 기억이 아니니까..

그래서..기억을 각색하기로 했다.


간난아이가 그걸 기억해? 말도 안돼....

조금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논리도 세웠다.


동생이 태어나고..

사랑을 온통 동생에게 빼앗긴..서너살 짜리 차남의 질투어린 시선의 기억으로....

나를..사랑하고 어르는 것이 아니고 동생을 예뻐하는 모습을..

질투의 뼈저림 때문에..내것으로 잘못 알고..그걸 기억하고 있었으니..

이제..그걸 바라잡자..라고....


 그 이론적 바탕을 근거로..

나는 부모님께 엇나가는 못된 놈이 될 수 있었다.


사실 이게 맞을 지도 모른다.

사람에게는..사랑보다 질투의 감정이 더 크고 집요한 법.....


그랬다.

어쨌든..

어릴적 저 필로우 토킹의 기억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내 아이덴티티로 자리매김 했으며..


시련을 견디는 자양분으로 써먹었으며..


애증이 겹치는 추억으로..

내게 좀 헷갈리게 갈무리되었다.


*******


이제..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십이지장에 무리가 오나....

미식미식..


노트북에 쪼그리고 앉아

먼 과거를 오가다 보니..멀미를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난 이걸 왜 끄적거리고 있지?

주저리 주저리......



큰 거는 아닐 거 같다.

작고 사소한 것이..행복감의 바탕일 거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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