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오만

사람들의 구경 밝힘 본능 ('02./ 9/12)

산책길에서 2004. 2. 6. 17:50

사람들의 구경 밝힘 본능
(2002. 9.12)

 


사람들에게는 구경 본능이랄 그런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일 큰 소원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 동안 가 보고 싶었던 곳에 가서 구경하고 오는 것이라고 하는 게 제일 많습니다.
월드컵 축구에 열광했었던 우리였었고..

유럽친구들은 축구에 미치고 있고..

미국사람은 야구 미식축구 농구 아이스하키 때문에 죽고 못삽니다.
미국인의 꿈..
좀 이해가 안되는 그들의 자부심 속에는 프로 스포츠 경기와 또한 영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휩쓸림이 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쏠려합니다.

좀 비논리적이기까지 한 열광..그들의 꿈이며 그 꿈이 모여 현실에서도 집단 히스테리가 되기도 하지요.


외국여행도 구경이요..스포츠경기 관전도도 구경이고..영화도 구경이며..매일 저녁때마다 보고 있는 티비도 구경입니다.
책 읽기도 그렇고 인터넷에서 들어와서 남이 써 놓은 글을 읽는 것도 구경 본능 중에 하나이겠지요.

 

구경하는 것의 본질을 따져 본다면 간접 체험의 의미가 정확할 것 입니다.
내가 직접하지 않고 남이 하는 것을 구경하면서 거기에 나를 대입해 보는 재미.
참여함이 없이 마당 밖에서 관망하고 몰입하고 비판하고.
직접체험은 위험하고 돈도 많이 들지요. 많이 경험할 수도 없구요.
현실의 신랄함이나 현장감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직접 참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재미있고 극적인 묘미가 더 할 수 있는 것인가 봅니다.
그래서 더 쏠리는 것이 간접체험으로의 구경꺼리일 겁니다.


토탈리콜인가 하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지요....
실제 체험하는 효과를 내는 가상의 체험 상품에 돈내고 가입하는 미래의 세상..상상에서나 가능한 다이나믹한 극적인 프로그램이 많구 많게 됩니다.
맨날 쨍쨍거리기나 하고 현실의 때가 덕지덕지한 실제 마누라보다는 가상의 마누라를 갖게 되는 그런 세상이 올 것으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현대인을 논할 때,환상을 먹고 사는 부류라고 하던데..

이제는 현실보다는 환상을 현실의 또 다른 모습정도로 치부하고 싶은 것인가 봅니다.
환상속에서 자극되기를 원하는 추세에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컴퓨터 커서에 우리의 촉각이 전이되어서,아니..촉각이 있는 것으로 환각하게 되어서 커서로 문질러 보고도 직접 만지고 경험하는 듯이 느끼는 또 다른 감각이 출현하게 될 지도 모르지요. 

어째튼..
오늘도 멀리 가기는 그렇고..집에서 티비 구경을 하며
구경 본능을 간접적으로 만족시키며 지내고 있지요.

 

어렸을 때 본 큰 영화들이 생각이 납니다.
헐리우드의 대작영화라는 것에서 익히 많이 봐 왔던 풍경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단체관람 영화들이 그런 것들이 많았어요.
기독교 영화들이었고 아마도 핍박하는 로마인들을 그리려다 보니 그런 무대 설정이 당연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로마시대에 있었던,시민들이 즐겨 구경하는 프로그램을 잠깐 엿볼 수가 있는데..
대 경기장을 지어 놓고 시민들에게 구경꺼리를 제공한 것이 그것입니다.
키르쿠스(CIRCUS;서어커스)라는 경기장은 오늘 날의 서어커스단의 어원이 되기도 했구요.
그 네들의 오락이라는 것이 구경 본능을 자극하는 것들입니다.
그곳에서 지나치게 몰입하고 집단 광란에 빠지는 그런 흔적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로마인들을 일부러 많이 잔인한 사람으로 묘사해서 극적 효과를 더 높이려는 영화의 의도들도 있었겠습니다만
로마의 말년은 사실 갈 데 까지 갔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영화들에게서 많이 그런 모습을 봐 왔었습니다.
죽음을 무릅쓴 전차경주를 했고(벤허)
인간이 갖는 잔인성을 대리만족 시켜 주기 위함이었는지 굶주린 맹수에게 사람을 던져 주고 즐기기도 했고(쿼바디스)
검투사라는 노예계급을 두어서 검투사끼리 혹은 맹수와 죽음을 걸고 싸우게 하고는 구경 했었으며(스파르타쿠스)
요즘의 액션 영화급인 실제 전투를 시켜서 그것을 생비디오로 보고 즐긴 (글레이디에이터)..
그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한결같이 잔인한 볼거리였었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모아 놓을 수 있는 광장 경기장을 지어놓고 가장 즐겼던 게임들을 공연했던 것이 사람이 갖는 구경 본능을 만족시켜주는 정치행위였던 것으로 알려 지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 그리스시절에는

넓은 마당에서 연극을 하고 토론도 하고 했던 것 같은데..

세월이 바뀌어 좀 더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대중 오락이 된 셈입니다.

로마시대 이후에는 사람들의 구경 욕구가 다른 것들에게 빠져있기도 했겠습니다만
지금의 우리는

로마시대 사람들 처럼 구경에 깊이 빠져 있습니다.
사람의 놀이 본능이라는 것이 빤해서인가요..따지고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형경기장이 아니라 집안에서,
이따금 마실가서 힘들게 구경하고 돌아 오는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그것을 자유자재로 언제나 선택해서 볼 수 있는
편리하고 좀 순치되고 세련되고 다양해진 것만이 달라진 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매스 미디어가 발달했고..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것..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돈벌이가 되는 것이 요즘의 세상입니다.

많이 보는 것에 그 효과를 더하기 위해서..대중의 우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획일적인 신드롬을 만들기도 하고 유행과 사조를 조정하시지요.
현대 자본주의 경영의 요체는 일반 대중들을 쇠뇌해서 그 물건을 쓰지 않으면 왕따가 되게 하는 노하우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많이 생산하는 무수히 많은 업자들이 무한대로 경쟁하는 사회.
그것이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 자본주의 경제를 단정 짓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우상에게 비이성적으로 쏠리듯 마구잡이로 소비하고..그 쓰레기는 마구 넘쳐나고....
그래서 이 세상은 그렇게 썩어가는 것이겠지요.

로마시대와 지금의 시대가 많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물질의 풍요가 그 바탕에 깔려 있어서일겁니다만
목욕즐기고 비만을 걱정하고 구경 즐기고 자극에 깊은 내성이 생기고 삶의 본질과 동떨어지는 대중심리도 그렇고....
그 당시에는 식민지가 많아서 각국에서 조공을 받치는 것이 많았던 점이 그렇게 된 이유가 될 겁니다.
조공 갹출은 없지만,현대 사회는 물질기술이 발달하고 무역도 효과적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 사는 것에는 문제가 없이 살고 있는 것이구요.
인류 역사라는 것을 보면 생존을 위한 전쟁의 역사던데..
먹고 사는 생존 문제와 전쟁의 공포에서 이만큼 자유로웠던 때가 없었지 싶습니다.
이른바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그래서일까요.
사람이 갖는 요사한 특성이 하나 둘 들어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가하기 때문에 잡스러운 것에 신경들을 많이 쓰고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여기서의 한가함이란

옛날에는 먹고살기 위해 죽기살기로 일 하던 그때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무한 경쟁,모든 인간 생활의 상업화,매스미디어의 인간 지배,자기 상실,떠밀려서 살아가는 왜소한 나....
어떤 돌파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찾아들 헤메게 됩니다.
한가한 사람들은 당연히 자극적인 놀이를 밝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되구요.
좋은 구경 거리를 찾아서,좀 더 자극적인 취향을 찾아서 안테나를 돌려 보고 있는 것이 겠구요.

 

먹고 사는 것이 편해지면서 점점 그 구경 본능이 발전하게 되어 있습니다.
옛날에는 영화구경하는 것이 년중 주요행사라서 명절날 낮에 영화관에들을 그리도 많이 갔었는데..이제 볼 것들이 너무 다양해지고 좋아진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좋아진 환경을 다행스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이 시시해졌습니다.
우리 어렸을 때는 라디오라는 것이 있어서 노래도 듣고 연속극도 보고 뉴스도 접하는 중요한 수단이었구요.
티비가 나오면서 부터는 라디오는 시시해 졌지요.

돈 내고 만화가게에 가서 샌더스중사가 독일군과 벌리는 "전투"를 구경하기도 했지요.35년 세월은 지난.빛바랜 옛날 이야기입니다.
영화관을 서성이다가 기도아저씨가 잠깐 자리를 비우면 몰래 숨어 들어가 영화를 보고는 그 무용담을 늘어 놓던 어린 시절을 지나왔습니다.
80년대 중반께엔가는 토요일 오후에 직장 선배들과 창계천에를 갔지요.
벌건 대낮에 삐끼아저씨를 따라가면 포장문을 지나서 어두운 골방으로 안내가 되는데,그곳이 음란비디오를 틀어주고 돈 받는 아저씨들이 하는 곳이지요.
그때는 그랬어요.
구경하기를 밝힌다고 해서 저 자신을 관음증 초기증세가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만 저 개인으로 봐서도 구경하기의 역사는 다양하게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하여튼,
지금은 24시간 영화만 하는 방송국이 대여섯 곳이 되고 있고 원하는 영화를 선택해서 볼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인터넷 영역에서는 별의 별것을 다 합니다.
비디오가게에 가서 원하는 영화를 빌려 보다가 화질이 안좋고 사운드가 문제가 있어서 현장감이 없데나..그래서 홈시어터시스템인가가 요즘의 인기라고 합니다.
그런 시대에 들어 와 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들과 비교해 보니 격세지감도 느끼고..참 좋은 시대에 와 있습니다만 그다지 해피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옛날에는 참 불편하고 한심했었다는 생각만 할 뿐 입니다.
우리의 구경하기 본능은 점점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자극이란 그 강도가 강해지고 있지요.
자극이란 그 속성인 내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자극은 다음 번에는 시시하기 마련.
마약처럼 단위를 높여야만 만족할 수 있지요.
사람은 운명적으로 그렇게 만들어 졌습니다.


좀 더 타부시한 영역을,좀 더 끔찍한 장면을,좀 더 화끈한 것들을 원하게 되고..
분명 그 방향으로 가고야 말 것입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 세련되지 않았다고 치부하게 되는 세상.
세련됨과 지적,감성 수준이 높은 지금 우리는 자극효과 효용체감의 숙명에 빠져있습니다.
금기를 깨어야만 자극이 되는 자극 불감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생각입니다.
너무 많은 간접체험의 채널이 있고 거기에 몰입하다보면 좀 이상한 사람도 나타나겠지요.
간접체험을 직접체험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망하기 직전..로마의 말년은 황음무도한 세태였지요.
자극의 강도가 극에 달한 느낌이 드는 시대였어요.
자꾸 그 시대와 오늘의 시대가 오바랩되어 생각되어지기도 합니다.
좀 더 재미난 자극을 좇아 헤메기도 하지만 그 밝힘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시대에는 그렇게 까지 되지 않는다하더라도 그 나중에는 어찌 될 지....

 

지나친 기우에 해당 될까요.
억지로라도..기우라고 그렇게 생각하렵니다.
어느 시대에나 "세상..말세야!쯧쯧쯧...." 하는 노인들이 있었지만 말세로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 만만세세 이어오고 있으니 그렇습니다
자신이 살아 온 세상과 달라지는 사회의 모습을 보고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어서,희미해지는 도덕률이 안타까워서 나이 먹은 사람들이 했던 탄식의 말입니다.
역사이래 노인들이 꼭 한 마디씩 하셨던 걱정....

 

사람의 미래에 대한 이런 불안감이란 것은..

지나간 어느 세대에나 있었던 한낱 기우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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