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파괴
(2002.10.10)
아더메치라는 말을 아세요?
아마 제가 중학교 시절쯤 될겁니다.
세간에 아더메치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져 유행했던 시절이.
우리때는 기껏 그런 말이나 쓰면서 기성을 부정하고 저항했어요.
아니..부정하고 저항하려 했지만 실제는 그러지 못했다라고 하는게 맞는 말이겠네요.
그런데..
요즘애들은 어떤 식으로 기존의 질서를 무시하려 들까요?
한글날이라서 신문에 한두마디씩은 다들 했네요.
인터넷 통신 언어의 문제를.
그리고 저는..
통신 언어라는 것이 아이들이 갖는 부정과 저항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우리때는 아더메치클럽을 만들어 불만을 몰래 삭였다면
요즘 애들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언어를 개발하고
그러는 과정에 기존의 문자체계를 해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글날이라서
이런 주제를 한 번 생각 해 봅니다.30 몇 년전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이나 못마땅함을 한마디로 함축해서 내뱉곤 하던 단어.
아더메치..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고 유치하다..라는 말의 앞 글자만 따서 만든 말입니다.
그 당시 청소년 집단 의식도 요즘과 마찬가지로 고리타분한 기성세대와는 자신들의 세대와
어느정도의 거리를 두고 싶어했고 차별화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기존의 제도와 인식을 부정하고 싶어했습니다.
자신들만이 알고 있고 통할 수 있는 암호(코드)로서 은어를 만들고 싶어 했던 게지요.
못마땅하고 이해 되지 않는 기성세대와 어느정도 단절되었다고 믿게 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다른 것이 또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제가 경험한 최초의 신조어 유행어였습니다.
그 당시 시골에서 살다 도회에 온 저로서는 낯설고 생경해서 쉽게 접수하기가 거북했지요.
그래도 모르면 왕따 당할 수 있다는 긴장감도 들게 만들었던 단어였습니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서 그런가요...
청소년 시절에는 유행이나 최신 사조를 빠르게 수용하지 못하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날 것 같은 초조감이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소외되거나 뒤쳐지기 싫어서 그 어떤 새로운 흐름에 빠르게 무조건 동화되는가 봅니다.
본인이 좋아 하거나 합리적인 것이라고 판단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대세이기 때문에 휩쓸리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신선함이나 호기심도 작용하겠지요.우리 세대들도 아니꼽고 더럽다고 배척했듯이..
애들 때는 기존의 질서를 부정하고 거부하고 싶은 욕구가 있음으로 해서
그런 모양으로 분출되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입니다.
또한 애들 때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모양새를 만들어 추세화가 되면
걷잡을 수 없는 동조가 이루어지고..
그런 연유로 인터넷상의 문자 파괴가 심화되고 있는 것 아닐까 합니다.이제 인터넷 언어라는 것이 어지럽게 횡행하고 있고
기존의 문자 표기 기준은 아이들 세대에서 해체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이 추세가 되어간지 오래되었지요.
인터넷 공간에서 뿐만 아니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강쥐럴 이러버려써효.ㅠㅠ.차자줘혀"
이곳 인터넷에서는 너무나 흔한 말투입니다만..
우리동네 어귀 길가에 붙여놓은 전단지 내용입니다.
강아지를 잃었으니 찾아달라는 내용입니다.
고만한 아이들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인지..그것을 보고는 좀 놀랬습니다.
그런 언어는 인터넷 상자 안에서만 쓰는 것인지 알았는데..
벌건 대낮에 대로변에 그런 글자가 나붙다니..
갇혀진 공간의 작은 반란 정도로 생각했는데..
밖으로 튀어 나와서 일반생활 공간에 까지 침범하고 있습니다.
이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올 지 예측이 되지 않습니다.그렇게 소리나는대로 글자를 쓰는 것은 그런대로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요.
한글 맞춤법이라는 것이 워낙 어려우니 그런 단순함을 차용하는 것도 애교스러운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그것이 대세로 이어진다면 의미가 달라지지요.
점점 심각해 지는 것은..
문자 형태를를 마구 왜곡 찢어 발기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특수문자와 기호,일본어까지 뒤섞어서 컴퓨터 에러 메세지와 유사하게 의사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훙내를 못내겠군요.그것은 해독이 불가능해요.
해독기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들리구요.
우리세대는 기껏해야 아더매치라는 단어나 몇마디 신세대 언어를 만들어 썼을 뿐인데..
요즘 아이들은 아예 언어를 바꾸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자신들을 차별화하고 자신들의 언어를 만들어 쓰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은
우리 때도 그랬으니 이해하고 넘어 간다고 하지만
이런 식의 세대간의 단절을 초래하는 추세는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의 대부분의 청소년들의 의식 밑바닥에 깔려 있는 그 무엇이 있어서 이런 경향을 낳았겠지요.
못된 청소년들이 주도 세력이 되어 이런 경향을 만든 것도 아닐테고
대부분의 아이들의 억압된 욕구가 이런 방향의 이슈를 만들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네들이 요구한대로 문자 표현에서만큼은 확실하게 차별화 되고 벽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더 충격적인 것은..
어른들도 통신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어색하다고 한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넷에 들어오는 40 넘게 먹은 분들도 그런 통신언어를 많이 씁니다.
10대들은 글자를 쪼개고 앉아 있고
맨첨에 그런 경향을 시작했던 20대는 당연하고
30대도 좀 어려 보이려는 의도인지 많이 써 대고 있습니다.
긴 설명 필요없이 간단한 즉답 형식이 일반화 되어 있어서
그런 쓰임을 구어체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고
또,메마른 글 문장에 감정을 심기가 좋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맞춤법 사용은 거북해 하는 추세입니다.'언어는 존재의 집이다'하이덱거가 말했다고 오늘 아침 신문에 나와 있군요.
그리고'단어가 없으면 생각도 없다'라는 말도 어디에선가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머리속에 기억되고 정리되는 것은 막연한 관념이 아니고
그 관념을 규정하는 단어가 구체화되어서 갈무리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말과 글..
그래서 말과 글의 수준이 그 나라사람의 의식 수준과 같다고 합니다.
대단한 민족주의자라서가 아니라도
언어를 제대로 배우는 일은 한 인간의 생각의 수준을 규정하는 일이므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단순하게 의사 소통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한 개인의 사상과 정서,기질,사회적 성향등을 결정하는 그릇을
만드는 일이라는 측면의 접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귀하게 관리되었으면 한다는 뜻입니다.
인터넷 세상이 되는 마당에 한글 자모 바이트처럼 체계를 가지고
입체적으로 조합하는 글자는 없다는,
그래서 인터넷 세계 공용어로 써야 한다는 설이 나오는 마당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군요.
왜 휴대폰이 강한 나라가 되었는지 아세요?
한 손으로 문자 메세지를 보낼 수 있는 나라 별로 없다고 그러네요.
그만큼 글자 체계가 훌륭한 나라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영어 글이 좋긴 한데..손이 많이 가고 길어지지요.
읽는 놈마다 다 다르게 읽기도 하고.
우리 글을 축약을 많이 하던데..그런 것은 영어에서나 하는 것 아닌가요?
긴 글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있겠지만 우리글은 더 이상 줄일 것이 없어요.
그 마저 줄여서 외마디 소리 만들 일 있나요?
우리말 우리글의 좋은 점이나 자랑은 전문가들이 오늘 같은 날 많이 말씀 하실 것이고....
하여튼..
기준도 없고 체계도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3류민족이 될 것인가..
아니면 괜찮은 민족이 될 것인가하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우리글을 잘 보존하고 사용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만
어찌보면 큰 변화의 전초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엘리트문화가 힘을 잃고 다중의 저급문화가 힘을 얻어 서로 평준화되는 일.
어찌되었던..사회 평등의 단초가 되는 사건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말과 글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얼굴이니까..그 모습의 변화는 우리의 변한 모습이겠지요.
솔직히 얘기해서..한글 맞춤법은 되게 어렵습니다.
한글 글쓰기(맞춤법,띄어쓰기,구어체 표기)를 완벽하게 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면
완벽하게 구사하기 힘듭니다.
글쓰기는 한글을 연구하는 학자가 하는 학문의 영역이 아니고 보통사람들의 생활이어야 합니다.
의사 소통도,문자로 의사 표현도 문제는 없지만
언어를 적확히 표기하지 못한다는 것은 되게 찜찜한 일입니다.
세종님의 말씀 맞다나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좀 더 평이한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한글날..
별 다른 대안없이 그냥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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