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오만

세상을 보는..집중된 시각

산책길에서 2004. 2. 8. 10:06

프레임 바
(2003. 4, 1)


 

 
지난 번에 티비에서..보니까..
영화 찍는 사람들은 '프레임 바(FRAME BAR)'라는 것을 가지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손바닥 반 만한 크기의 사각형 틀이라고 해야 할까 봅니다.
그 틀을 들어서 눈 앞에 대고..그 안쪽으로 대상을 보는 기구입니다.
영화로 찍힐 화면을 설정하는 기능이고
눈으로 보여지는 상황 전체와 영화의 화면이 될 부분을 따로 구분 해 보는 기능이겠지요.
그리고 어찌하면 좋을까 궁리할 수 있게 하는 그런 기능.
그냥 눈으로 보는 것과 영화로 찍어 놓은 것과는 차이가 있을테고..
찍혀질 화면을 가늠하면서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그네들이 만들어내는 영화는..
모든 장면 장면을 사각형 틀에 가둬 놓습니다.
마구잡이 찍는 것이 아니고..
매 장면마다 멋을 부리려고 온갖 신경을 쓰고 있지요.
때깔에 신경쓰고..화면 구도를 잡아 보고..카메라 방향에도 많은 신경을 씁니다.
영화 '메트릭스'에서처럼..
이제..하다 못해..카메라 방향이 365도 위 아래 전방위로 돌아가는..그런 입체적인 기법까지 등장했으니까요.
어떤 장면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사각의 틀안의 평면적인 화면이라는 한계에서
안정감과 거리감,입체감을 어떻게 심을 것인가.
그래서 결국 사람들의 영악스런 마음을 움직여..감동까지 이끌어낼까 고민합니다.
그래서..핸드폰을 목에 걸고 다니듯..프레임 바를 가지고 다니면서..궁리를 한다고 합니다.
모르겠습니다..임권택아저씨도 그런 것이 필요한지는....

세상은 온통 볼 것 투성이입니다.
큰 것..작은 것..
좋은 것..보기 싫은 것..
나와 관계있는 것..별 상관 없는 것..
이런 것..저런 것..많습니다.
세상을 넓게 큰 시야로 봐야 할 때가 있겠습니다만..
어떤 때는 마이크로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작은 것을 더욱 자세하게 바라다 보면서..
그 작은 것의 신비한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캐치할 필요가 있지요.
세상 사람들 모두 큰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큰 것을 좋아하고..또한 많은 것을 좋아 합니다.
아이들 자랑하는 것을 보면..
크다는 것이 자랑이고 많다는 것이 자랑인 것을 보면..그게 사람의 본능이지 싶습니다.
큰 것이나 많은 것을 탐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인위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큰 것 좋아하는 경향 때문에 이렇게 험한 세상이 되었는지도 모르지요.
세상에 나가려거든..큰 것에 신경 쓰고..
행복하기를 원하려거든..작은 것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작은 것은..
자연적인 것이 많고..그것은 내 주위에 친근한 것들입니다.
맨날 보는 풍경..맨날 보는 사람들..
작은 내 일상..
작은 해프닝..
작은 내 마누라..아이들..주위 사람들..
작은..기쁨,놀람,감동,선행,불만,화남,심통..
자신의 주위의 작은 것을..좀 더 자세하게 바라다 보기를 권합니다.

다른 것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세하게 관찰하는 것에는..
역시 프레임 바를 활용하는 것이 좋아 뵙니다.
우리는 쉽게 프레임바를 만들어 거기를 통해 사물을 바라다 볼 수 있습니다.
양 손을 들어..각각의 손의 엄지와 집게 손가락만을 직각으로 펴고..서로 엇갈려 모으면..
멋진 프레임바가 만들어 집니다.
한 번 해 보시지요.
그리고..그 프레임 바를 들어 올려..보려는 대상 쪽으로 방향을 잡으시고..
가까이 했다 멀리 했다하면서 구도를 잡아 보시지요.
분명..그 안에는..자신이 익숙하게 봐 왔던 일상의 주위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런데..프레임바로 보여지는 익숙한 내 주변의 모습은..
그 이전과는 좀 달라 뵌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다른 것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세하게 관찰 할 수 있다는 것.
좀 더 자세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것.
좀 더 다른 의미가 있어 뵈지 않습니까?
이제까지는 아무 것도 아닌..시큰둥 할 수 밖에 없는 그냥 익숙한 주위..
그런데..그 사물의 존재가치가 새롭게 다가오지 않습니까?
혹시 아름답게 보여질 수도 있겠지요.
잘 하면..미웠건 것이 이뻐 뵐 수도 있겠고..
별 볼 일 없는 것인지 알았는데..가만 보니..이쁜 구석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엄밀히..프레임 바의 효과라고 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다만..그것은 우리가 사물을 좀 더 자세하게 볼 수 있게..
인위적으로 다른 것을 막아주는 기능을 좀 하기 때문문인가 합니다.
가만히 눈 뜨고 서 있으면 180도 이상을 볼 수 있는 게 사람입니다.
시야가 넓어야 운전도 할 수 있고 세상을 잘 살아 갈 수 있겠습니다만..
굉장히 많이 본다는 것은..어쩌면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역설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곳을 축약해서 진지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이..그 기능인 것 같습니다.

 

 

              

          

        이 사진..
        너무 유명한 것이 되어서..많이 들 보셨을 겁니다.
        깨진 기왓장 사진입니다.
        정확하게는..와당입니다.마구리 기와....
        신라시대 것이라고 하는군요.
        정식 명칭은 '얼굴무늬수막새'라고 한답니다.
        아주 오래전에 소설가 최인호 아저씨가 저 와당을 두고 찬사의 글을 올린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인의 해학이 묻어 있는 질펀한 정겨움..'
        '착하고 순한 웃음..질박한 표정"
        '천년 역사를 살아 숨쉬고 있는 신라인의 모습..'..라고 했을 겁니다.
        하다못해..
        '귀퉁이 깨어져서 더 신비롭기만 하다'..라고 까지 했으니까요.
        그의 말이 허풍스럽다는 것이 아니고..
        보고 있을수록 재미있고 정감이 가는 얼굴이 아닙니까?
        어쩌면 저렇게 편하고 정답게 웃는 표정을 만들었을까?
        아주 귀한 문화재로 잘 모시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천년을 내려오는 동안.. 깨진 기왓장은 그냥 흙에 묻혀 나뒹구는 다른 기왓장과 같은 모습이었겠지요.
        남한산성에 등산하러 올라가면 기왓장 깨진 것이 도처에 발에 채입니다.
        남한산성의 기와장 깨진 것들도 의미와 사연이 있는 것들일 겁니다.
        다만..내가 등산이 힘들어 아무 생각없이 발로 차고 왔을 뿐..
        저 귀한 문화재를 내가 경주 토함산에 올랐다가 발견했다해도..
        나는 역시 그냥 발로 차버리고는 아무 생각없이 돌아와서..
        석굴암 보고 온 것만을 대견해 하면서 회고 하고 있겠지요.
        어디 기왓장만 문제이겠습니까.
        그렇게 많은 주위 사물과 사람,자연을 나는 모르고 지내오고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지요.
        내가 미쳐 그 아름다움을 모르고 지내는 것이 많겠지요.
        대단한 의미를 지닌 사물들을 건성으로 대하고 있을 겁니다.
        돈이 되는 문화재라는 것에서 벗어나..
        세상에는 좀 더 관심있게 봐야 하는 것들 천지입니다.
        실제 내게 더 귀한 것들이지요.
        내 주위의 사람들..내 주위의 사물들..나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들..
        세상을 프레임바로 바라다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남한산성에서도 뒹구는..그냥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깨진 기와장에 깊은 의미가 있듯이..
        아무 것도 아닌 자신의 일상을 새롭게 깨닫아야 하는 뜻과 함께 합니다.

        지금을 살아 가면서..
        마치 저런 귀한 것을 모르고 지나치고 있음이 확실합니다.
        그러니..
        기왓장에 역사의 숨결과 생명력을 불어 넣는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 가야겠지요.
        그렇게 거창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을..
        아름답게 새로 느끼고..다정함을 표시하는 일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프레임바로 세상을 바라다 봐야 한다는 봅니다.
        영화하는 사람처럼 프레임바를 목걸이로 해 달고 다닐 수야 없고..
        사람들 많은 데에서..양 손으로 프레임바를 해 만들어 사물을 바라다 보면..
        남들이 뭐라 할테니..그것도 어렵고..
        마음 속 프레임바를 가지고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임권택 감독이 그것없이도..마음으로 가늠하듯이 말이지요.
        그 분도 맨첨에는 그렇지 못했겠지요.
        연습과 노력으로..이제 유치함에서 벗어나..그런 것 없이도 잘 되는 경지에 올랐겠지요.

        오늘이..4월 1일입니다.
        온 천지가 봄꽃으로 넘쳐 나겠지요.
        매일매일 개화를 준비하는 꽃봉오리를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프레임바로 관찰하십시요.
        그래서 겨울에 죽은 나무에서 생명이 움트는 경이스러움을 발견하시길....
        자신의 아름다움도 함께 발견하시길....

        어떻게 하면 더 진지하고 집중된 시각으로 나의 지루한 일상을 재조명해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