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房) 문화
(2004. 5. 4)
1.
저는 이곳 칼럼 공간을 곧잘 '칼럼방'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방(房)..
칼럼방..
이곳은 인터넷 서비스업체에서 제공하는 아주 작은 공간..
광범위한 분류가 있고..그 많은 분류 중에서 칼럼 세분류로 나눠지는 중에..
또 수많은 칼럼중에 하나입니다.
체계적으로 잘 세분된 인터넷 공간..사이버 방(房)이라는 뜻입니다.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는군요.
컴퓨터 인프라가 잘 보급된 원인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과도 깊은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되어집니다.
방을 구분하기 좋아하고..
그 방 안에 있음을 맘 편해 하는 성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인터넷 공간..곧 방이라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에 맞는다는 뜻도 있는것 아닐까요.범지구적인 특성을 지닌 인터넷이라고는 하지만..
개방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언어와 문화와 취향,습관,익숙함의 차이로 단절되기 마련일 겁니다.
접근 속도가 빨라졌다 뿐이지..모호하고 숨겨진 세상이지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있지만..
모르는 사람들..관찰되기 싫어하는 사람..개인정보를 절대 유출할 수 없는..
익명성의 세상일 뿐입니다.
그 익명성 때문에 확트인 광장 속에 있음에도..
개방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폐쇄성이 더 짙어 뵙니다.
그래서 더욱 방(房)답다고 할 수 있구요.
단단한 자물통이 달린 자신만의 메일박스를 가지고 있으니..자기 개인 연락방이랄 수 있고..
자신의 방을 공개하여 홈페이지라는 개방적 자기 방도 있을 수 있고..
개방적이라고는 하지만..아마 분식하고 연출된 공간의 의미겠습니다만.
또..까페나 다른 커뮤니티에는 무슨 무슨 방이라는 이름의 게시판이 산재해 있어서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고 의사 소통의 창구가 되기도 하고..
둘 혹은 여럿이 채팅하는 채팅방이라는 곳에서는 실시간 감각교환이 가능하기도 합니다.2.
방(房)이라는 것은..
원래 집에나 있는..신발 벗고 들어가 쉬는 공간을 이르는 것이었겠지요.
그리고 혼자든 여럿이 쓰든..자기 것이 있다는 것..
안방 건너방 사랑방 행랑채방 문간방 다락방 웃방..그런 방들이 있었습니다.
그 말의 쓰임이..
좀 넓은 의미로 확대되어졌지요.
이제..방의 의미는..
크던지 적던지 사방이 막혀있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다른 공간과 구별되고..다른 이로부터 차단되어진 곳..
그래서 개인적이며 은밀하며..감정과 안락함을 떠올릴 수 있는 곳입니다.
논리나 이성보다는 정적인 접근이 더 어울리겠지요.
배타적인 속성도 지닙니다.
자신이 원하는 부류만 수용하고..
다른 부류는 배척하게 되는 성질도 지녔습니다.
같은 구룹에 속한다는 동질성을 부여하기도 하고..
그 차단된 공간에 같이 있는 구성원의 집단의식..
'우리 의식'..'우리이즘'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것이고.인터넷에서 뿐 아니라..
최근 들어서..방이라는 곳이 꽤나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간이 생기는 것도 있지만..이름만을 무슨 무슨 방이라고 바꾸는 곳도 많습니다.
다방 소주방 게임방 노래방 머리방 놀이방 빨래방 비디오방 찜질방 전화방 복권방..방방방....
밖에 나가면 전에 없었던 방들이 이것 저것 생기고 있어서
가히 "방"의 전국시대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게임방이나 노래방들이 많이 수출되기까지 한다는군요.왜 방이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될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방 선호 취향에 발 맞춰..
장사하는 분들 입장에서..고객들에게 편한 느낌으로 접근하려는 비지니스 전략이기도 하겠지요.
우리에게 방이라는 말의 어감은 안온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게 되기 때문이겠지요.
왠지 따뜻한 감정이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고객감동의 시대이니까..될 수 있는 한 친근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겠지요.방..방이란 말..
우리에게는 그렇게 평안하고 정겨운 곳인가 합니다.
작고 어둑하고 퀴퀴한..예전의 그 방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나요.
열악한 모습일 수밖에 없었지만..따뜻하고 평온한 이미지로 그리워하고 있나 봅니다.
그 안온함의 뿌리는..아마 태초부터 내 기질에 유전되어 각인되었는지..강력한 그리움입니다.
마치..광장공포증에 걸린 사람처럼..
적당히 막혀있는 방에 강한 끌림을 느낍니다.방의 전성시대..
생태적으로..적당히 막혀 있는 방을 선호하는 기질 때문에..
집에도 방..시내에도 방..온통 방 투성이겠지요.3.
사람은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자신만의 공간..자신이 주인인 공간을 소유하고 싶은 것은..
사람이 가지는 본능이지 싶습니다.동물들의 모습에서 참고할 것이 있습니다.
어떤 동물들은 자기 영역을 정해놓고 죽기 살기로 지키는 동물도 있습니다.
표시되어진 자기 영역에는 동족이라도 얼씬 못하게 하고 형제도 불허하는 경향이 본능으로 남아 있습니다.
숫강아지를 밖으로 데려가면..열심히 영역 표시를 하고 다녀서 민망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을 말릴 방도는 도저히 없습니다.실험용 쥐 수십마리를 같은 우리에 넣어서 기르면 스트레스로 혼란스러워지고
수명도 짧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몇마리만 따로 모아 기르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마리 수가 많으면..공격적 성향이 강해지고..안정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혼란에 겨워 서로 물어죽이기도 하고....아마..이 도시에 몰려 사는 우리는..
스트레스때문에 서로 물어죽이는 실험 쥐의 모습은 아닐까요.
그러면서..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숨어들어가고 싶어하나 봅니다.원시 본능인지 경쟁심인지 다른 스트레스인지는 모르지만..
사람들도 그와 비슷한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성을 가졌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만의 공간을 가져야 하는 원칙을 본능처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사교적인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도 묵직한 벽을 더 편해 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사람들이 승용차를 사는 이유 중에는 편리함과 기민함과 함께..
다른 사람으로부터 차단된 자기 방을 가지고 싶은 욕구도 크게 작용하지 않나 합니다.
승용차 공간도 방 중에 하나입니다.
움직이는 나의 영역..
좀 보이기는 하지만 썬팅 최대한 짙게 해서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내 방이지요.
승용차는..한 평의 공간..움직이는 내 방의 의미입니다.차(방)을 타고 나가서 하루종일 방에서 일하고
다방에서 차 한 잔 하고 라면방에서 라면 먹고
소주방에 들러서 술 마시고 노래방에 들러서 한 곡 뽑고 찜질방에 가서 술 깨고
차 방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내 방에 들어와
인터넷 방에 들어가 연락 온 것 확인하고 채팅방에 들러 채팅하고..
그렇게 방을 전전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다른나라 사람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들도 모두 우리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다만 그네들보다 좀 더 유별난 데가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우리가 특히 방을 좋아하는 특성을 가진 민족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은밀한 룸싸롱 단란노래방이 성업중이니 그렇고
지연 혈연 학연..우리이즘이나 끼리끼리이즘이 발달한 것도 그런 바탕일 것이고
방에 대한 그리움을 애착처럼 가지고 있으니 그렇습니다.그것이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은..부분도 있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의 은밀성과 익명성이..우리의 기질과 어울린다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을 두고 부정적인 인식도 꽤 있습니다.4.
그런.. 방의 상대 개념은..
'광장'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광장은 사방이 확 트였다는 특징이 있지요.
개방적이고 전체적이며..합리적이고 토론적입니다.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논리나 이성이 더 어울릴 겁니다.방문화는 열등하고 광장문화는 우수하다..
그런 평가는 적당치 않은 것 같습니다.
방문화가 감성계열이라면 광장문화는 이성계열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두 문화의 비교는 의미가 없어 뵙니다.
나름대로 특징이 있고 장단점이 있는 것으로 일단 정리했으면 합니다.
조화를 이루는 것이 나아 뵙니다.
우리들이 방 문화 측면이 강하니까..광장문화를 많이 수용해야 겠지요.
정적 따뜻함이 있는 바탕에..합리적인 사고와 전체 공공 의식을 적당히 잘 조화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고 할까요.작년 6월달에는..
인터넷 방문화에 익숙해지고..추세화되는 싯점임에도..
오히려 광장 문화가 봇물을 이루었지요.
월드컵 열기..
아마 단군이래 최대 참여축제가 되지 않았을까요.
국민 모두가 자신의 방에서 튀어나와 온통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지요.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고..같은 동질성에 온 몸을 서로 부딛히며 환호했지요.
의외의..놀라운 반응이었드랬습니다.축구 성적을 떠나서 우리 자신도 놀랬지요.
방을 선호하는 민족이 아니고..
그 동안 억눌려있었다는 듯..참여하고 개방적이고 토론적인 민족기질이 분출했더랬습니다.
광장 선호 측면도 있다는..그런 양면성은 좋은 일이겠지요.
연휴에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방콕..
방바닥에 엑스레이 찍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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