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오만

자기 외모에 책임지기 ('03./ 5/ 8)

산책길에서 2004. 2. 8. 11:23

얼굴
(2003. 5. 8)


【Ⅰ】

자신이 자기 표정을 스스로 관찰 할 수 없듯이..
사람은 자신의 목소리도 객관적으로 들을 수 없다.
하물며 형체도 없는 마음이야 오죽할까.
항상 마음에 엷은 구름이 끼어 있어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인지 다 모르고..살아가게 된다.
산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남을 알아가는 과정..나와 남의 관계의 이치를 깨달아 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남은 커녕..내 마음을 들여다 보기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니까.
자신을 제대로 알아 보기에..비오는 날 달을 보는 것만큼 어렵다.

의사들은 환자의 눈까풀을 까뒤집어 본다.
우리 몸에 혈관이 외부로 보이는 곳이 눈 밖에 없기 때문이다.
눈으로 드러나는 혈관을 보면서..환자의 몸 안의 상태를 유추해 보는 것이다.

그나마
드러나는 것이 자신의 외모이고 목소리이니..
묵상하는 삶이어야 하고..
외모와 목소리도 가다듬는 마음 씀이 필요하지 싶다.


【Ⅱ】

흔히들..
나이 좀 들어서는 얼굴과 외모가 본인 책임이라는 말을 한다.
백 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들어서는..
생김새가 아니라.. 어떻게 잘 나이 먹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세월에 낡아져서..피부세포는 쇠락해 지고..싱싱함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인생의 봄과 여름은 화려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런 화려함과는 다른 아름다움도 있는 법이다.
만추의 가을에 맞게되는 갈색의 무르익음이 그것일 것이다.
내적 충일이 드러나게 되면..그건 또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밖에.....

젊은이는 그것을 늙음이라고 단순하게 이야기한다.
늙으면 어쩔 수 없다고 안타까워 하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세상을 아는..나이 든 이는 그냥 늙음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분명..잘 관리되어진다면..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건..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대상에 익숙할 수 밖에 없는..
취사선택할 여지가 없는 처지에서의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그런 심미안이 아니다.
세상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고..젊은이가 흔히 빠지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일 것이다.
욕정과 종족번식본능의 콘택트렌즈를 벗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세련되고..지혜로운 시각을 얻은 것일 것이다. 
젊은이의 싱그러움과 자신감..잘 임신될 것 같은 건강미보다
더 나은 깊은 아름다움을 깨닫는 의미일 것이다.

반짝이는 것과..無光의 은은함..
그 둘을 억지로 비교하라고 한다면..나는 은은함이 더 나아 뵌다.
반짝이는 광택은..경망스럽거나 속되거나 촌스러운 감각일 것이다.
은은함은..물론 세련됨이고 실증나지 않는 기품일 것이다.

사람의 외모는 나이들면서
점점 자신의 마음과 성정이 외모로 투영되어 드러나고..
사랑 듬뿍 품고 사는 여인의 늙어짐은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드러난다.
반면에..
괴팍하고 심통맞은 영감탱이는..사람들이 얼핏 그 외모만 보고도 가까이 하기 싫어한다.

마음 먹기에 따라..마음 씀에 따라..그런 습관으로..
사람의 외모가 달라진다는 것..
기품이 생기거나 혹은 추한 모습이거나..
그건 재미있는 일이다.
사람이 정신적인 동물이라는 증거 같기도 하고..
사람이 살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제시해 주는 듯..
뭔가 교훈적이고 종교적일 것 같은 부분이 느껴진다.

나이 좀 먹은 사람에게서..
맑고 진중하고 따뜻하고 지혜롭고 금욕의 치열함이 엿보이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진지하고 부드럽고 안정감이 느껴지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볼 때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때는..적당히 감정을 숨기는 그 세련됨이 보기 좋을 때도 있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살아서..좋은 외모를 얻을 수 없다.
나이 먹어서..좋은 외모를 얻는 것..
그 요체는 아마 금욕과 사랑일 것이다.스스로 억제하고 사랑하는 일.
하고 싶지만..옳지 않으므로 행하지 않는 것.
하고 싶지만..억제해야만 길어진다는 지혜를 깨우치는 것.
하기는 싫지만..어차피 해야만 하므로 인내하는 것.
그럴 수 있는 바탕은..나를 존중하면서 남을 사랑하면서 만들어 질 것이다.
그것이 습관이 되었을때에야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되는 대로 살아서야..나중에 좋은 외모를 얻을 수 없다.


【Ⅲ】

나는..
오늘도 내 친밀한 사람들에게 편하다는 이유로 퉁명스럽게 말을 하곤 한다.
귀찮은듯 짜증스런 말투다.
아마 잘난체하고..야비한 목소리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습관이지만..
좀 다른 시선으로 나를 본다면..
나이값도 못하고..꽤나 우스꽝스런 일이다.

나는 다정하고 너그러운 사람으로 평가받기를 원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의 외양으로 살아간다.
나는 내 속에 갇혀서 나오기 힘들어 한다.
아니..
내 속에서 나오기를 스스로 거부하는..독선에 빠져있나 보다.

사랑하며 살라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랑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지 못한다.
내가 경험한 마음 쏠림이 있었지만..아무래도 그걸 사랑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자기애적 집착이라고 해야 할까 보다.
어중이떠중이 휩쓸리듯..남들의 겉모습을 흉내내려 했을 뿐이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욕심과 집착으로 살아왔을 뿐..순수한 몰두의 기억이 없다.

남이 우습게 여기지 못하도록..유약하고 순한 나를 방어하기 위해..경계하며 공격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착하고 너그러운 부분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
지금의 나는 야멸차고 각박한 악다구니의 모습으로만 살아간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관계와 부닥뜨림의 연속일 것이다.
나만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나와 비슷한..이기적인 개성들이 씨줄 날줄로 엮여져 있는 모습일 것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다정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내 주위의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내가 즐겁고 남이 흥겹고 모두가 좋다.
그것이 살아가는 기술이고..그 기술이 좋아야 만사형통하게 되며..
시간차를 두고 좋은 외모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런나..
나는 그리 살지 못했다.
 
나..
다른 사람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아니..나는 다른 사람을 얼마나 다정한 시선으로 봐왔는가?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그냥..되는대로 휩쓸리면서 살아 왔으니 기대할 수가 없다.
내가 부러워하는 온유한 모습하고는 거리가 꽤 있을 것이다.
불안해 하고..조바심 내고..
참지 않고..성질 급하고..
짜증 내고..심통부리고..
잘 삐지고..배려받아야 당연해 하고..
한 마디로 못된 성격이니 그렇다.
그 것이 어디 가겠는가.
얼굴에 드러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컴플렉스 덩어리..쓸 데 없는 갈등으로 표정은 일그러져 있을 것이고..
욕심 때문에..야박함이 묻어 있을 것이다.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깨끗하고 맑은 마음을 가지는 것..참고 다스리는 것..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
그런 것들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 왔으니 그럴 것이다.

말 할 때도 인상을 쓰는 모양이다.
내가 얼굴 찌푸리면서 말을 하는지는..나는 잘 모른다.
누가 지적을 하면..그 때나 알게 된다.
말을 끊고..억지로 유(柔)한 표정을 지어보려고 노력하지만..
그러나 잘 되지 않는다.
조금 지나보면..또 잊고 그대로 돌아간다.
어려운 일..
마음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흉하게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바뀌는 것일 것이다.
나중에는..고팍하고 심술맞은 노인의 몰골이 되어 있을 것이다.


【Ⅳ】

세상을 좀 살아서 그럴까..
나는 외모와 말 소리만으로도 상대방의 성향을 짚어낼 수 있다.
아주 딱들어 맞는다는 할 수 없지만..거의 맞을 것 같다.
이 부분이..다름아닌 내가 갖는 편견의 선입관인지도 모를 일....

사람은 습관에 지배를 받게 된다.
습관으로부터 완전 자유로운 사람은 없지 싶다.
일상 생활 모든 것이 습관과 관계되어져 있다.
우리의 마음도 습관대로 하고 싶어하고..그렇지 않은 것에는 혼란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마음 습관이 길이 들고 고착되어
외모에 반영된다.말 소리에 묻어 난다.
우리는 그냥..그냥 익숙하게 살아 갈 뿐이다.
어떤 습관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넘어간다.
긴 시간 자기도 모르게 특징이 만들어진다.
성격이 목소리에 묻어서.. 부드러운 성격이 드러 나기도 하고
욕심과 컴플렉스 때문에..얼굴 표정이 뒤틀리기도 하고
본인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습관이 주어지고
컴플렉스 방향대로 한쪽으로 치우치고
그런 것들이 목소리에 굳어지고..얼굴 모습으로 외모가 된다.
그런 면에서..외모를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예단할 수도 있지 싶은 것이다.

목소리는 그나마 소리로 라도 형상화되어서 들을 수 있다.
나약하고 섬세하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우리의 마음의 형태는 가늠하기 어렵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어림잡기도 쉽지 않다.
조석으로 변덕이 죽 끓듯 한다.
평생 자신의 마음 그릇을 어루만지며 살아가지만..
명쾌하게 감을 잡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우기 객관적인 자기 성찰은 더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모습과 습관을 관찰하는 일이 중요하고..
자신의 약점을 깨닫고 고치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집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자신의 모습이 가장 보편적인 표준이라 것에 의심하려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묵상하며..치열하게 나 자신과 싸우는 삶을 살며..마음 다스림을 해야 하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을 만지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관리하는 일이 그나마 수월할 것이다.
나의 행동 하나 하나를 관찰하고 신중하게 살아야 하는 일일 것이다.

말..목소리..
자신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거지만..정확하게 알기가 어려운 것이 마음그릇과 비슷한 데가 있다.
맨날 많은 말을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잘 모르고 지내오고 있다는 것이..의외로 새삼스럽다.

남이 듣는 나의 목소리와 내가 느끼는 내 목소리가 엄밀히 따져서 서로 다르다.
다른 사람이 듣게 되는 내 목소리가 정확한 내 목소리일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는 구조가 되지 못한다.
자기가 듣는 자기 목소리는 두가지 음파의 합성음이다.
내 입에서 튀어나간 소리를 내 고막으로 듣게 되는 소리와
목청과 입에서 발생한 소리가 자신의 머리에 공명이 되어 느끼는 소리..
이것  두개가 합쳐져서 자기 자신에 느껴져 오기 때문에 정확한 자기 목소리가 아닌 것이다.
거기에다..감정의 프리즘을 거치기도 해서 감정의 공명의 느낌도 합쳐진다고 봐야 할테니까.
그런 이유들로 해서..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들을 수 없다.
특별하게 장치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남들이 듣는 내 목소리와 같은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녹음되어진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방법이...그것도 나중에야 듣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나와 상대방이 서로 다르게 듣게 되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
누구든..본인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
이따금..휴대전화에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고는 참으로 낯설다고 느낀다는 것..
그 때에서야..내 목소리의 정확한 음색..억양..강세..감정 들이 좀 더 명확하게 관찰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목소리를 모르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
결국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 있다.
내가 나 자신을 잘 모르고 사는 모습과.
아집과 독선으로 살아가면서도
전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 그릇의 모습과 거의 닮은 꼴이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신이 인간을 만드시면서..
인간에게 평생 갈고 닦으라는 심오한 과제를 지워 주려는 의도랄까..
그런 일관된 맥락을 갖고 만드신 것 같다.


【Ⅴ】

내가 짓는 표정은 관찰할 수야 없지만..얼굴 근육에 힘이 들어가 있는지 살펴 보고..
내 목소리는 들을 수 있으니..말을 부드럽게 하는 연습을 해본다.

위선의 영역이 아니고..노력하고 모색하는 모습일 것이다.
말 할 때 목소리를 좋게 하려고 노력을 해 본다.
목소리가 부드러우면..표정도 거의 인상 쓰지 않게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짐짓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염두해 둔다.웃는 표정을 지어본다.
감정을 한 단계 누구러뜨리고..단어 선택도 한 단계 고품위 쪽을 택한다.  
그래서 요즘은 말 할 때 많이 조심해서 말을 한다.
그러나..그 마저 쉬운 일은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습관이 드러나니 그렇고..매번 신경 쓸 수 없으니 그렇다.

그러나 다른 방도가 없다.
마음의 드러남이 행동으로 나타나지만..
역으로..행동이  상급기관인 마음 모양새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그런 실증들이 꽤 많다.
그러니..그런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자꾸 신경 쓰다 보면..
그 자체가 묵상의 기회가 되고..되돌아 보는 습관이 붙어서..
완전히 실패할 일이 없지 싶다.

욕심에 눈 멀지 않고
흔들리고..나약하지 않고
금욕으로 명징한 마음을 이루고
자제력과 너그러움을 갖고
미움을 멀리..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어서
멋있게 나이 먹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희구합니다.

이런 희원이 오랜동안 지속되기를....
다른이의 시선에 무감각해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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