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오만

쿨 (COOL) '03./11/ 7

산책길에서 2004. 2. 8. 19:34
쿨 (COOL)에 대하여
(2003.11. 7)



사진이..쿨 한가요?

 

'쿨(Cool)하게 살자'
'쿨해서 좋아'

선뜻 물어보기도 남사스럽고..
단어가 '차가움'의 뜻일텐데..
젊은이들은 그 말을
좋은 의미로 쓰고 있음을 보고
당황스러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쿨이 뭔 뜻인가..
하도 많이들 써먹으니..자연스럽게 알아지게 되었습니다.

대충..
적당히 스스로 억눌러 가라앉히는 것,침착하고 초연한 태도,적당히 가식하는 것,스마트,냉소적 태도..
세상사 단순 명료하게 본다는 것이고 구질구질하지 않고 앗쌀한 것을 의미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요즘 많이들 사용하는 단어지만..
내게는..개념이 딱히 형상화되지않고 겉도는 것이 사실입니다.
세상이 나를 제외하고는 빨리 돌아가는 모양입니다.

코드(code)라는 단어의 쓰임..
코드라는 단어도 익숙하게 받아 들이는 데에 시간이 걸렸음을 기억하고는
여러가지 감회가 스멀댑니다.

요즘 사람들은..
구분하고 선을 긋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고 할까요.
될 수 있으면..
나와 같은 부류를 정제해서 곁에 두고 싶은 거지요.
사람이 너무 많은 세상이라서 그럴 겁니다.

요즘은 아주 짧은 세월만에
세대(generation)의 구분이 생기는 특성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이른바
코드가 맞지 않아서 같이 못놀겠다..라는 듯이 말이지요.
세대차이의 터울이 점점 촘촘해지고 있다고 봐야지요.

제가 좀 고색창연한 입장이라서 그럴까요?
좀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특성 중에 하나인 '거침없는' 솔직함과 당당함을
나는 참 좋아합니다.
내가 갖지 못했던..구김없는 모습이라는 생각이고
그런 젊은이들을 보며..세상이 점점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떠올렸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이른바 X세대의 특징이..그런 좋은 것이었는데..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로운 형태의 사조인 '쿨'이 등장한 셈입니다.
그야..
딱 부러지듯..갈라지는 것은 아니라지만..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새로운 것을 호기심과 기대로 바라보기 보다는
두려움과 거북한 뭣 정도로 받아들이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되나요.

내가 연모해 마지않던 솔직함이 과거의 덕목이 된 것이 아닌가..하는 안타까움을 갖게 합니다.
솔직하고 밝은 특성은 이제 과거의 정신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또다른 '신세대'가 '쿨'을 그들의 이념으로 무장하고 나섰다는 이야기로 해석하게 됩니다.

COOL의 온도에 차가움을 느끼고 있다고 할까요.

쿨이라는 말의 뜻을 알아보고는 제일 먼저 연상된 것이..
일본 사람들이었습니다.
일본사람들은 그 민족 정신이 쿨로 되어져 있으니까요.
적당히 배려하고 숨기고 예의 바르고 단순하고....

그네들이 책을 많이 읽는 민족이라고 하지만..
지하철등을 타고 오며가며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시선처리용으로 책을 가지고 다닌다는 평가가 그럴듯해 보였지요.

'스미마센'
말끝마다 스미마센....
맘 속 생각은 따로 있고..
왠만하면 좋게 좋게 웃는 얼굴로 가식해서..
서로 불편할 필요없다는..
그러나..
차가운 단절.....

고등학교 다닐 때
그 당시에 어떤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일본에서는 공중화장실에 음악을 틀어놓는다고 하는데..
일본 시청 관리의 아이디어이고..
오줌 누는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줄곧 물을 내리니까..물값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아예..음악을 크게 틀어서..물 내릴 생각이 없게 만든 것...이라고
해외토픽 이야기를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

요즘 서울시내 번화가 한 복판에 신문 가판대처럼 이동식 화장실 만들어 놓은 것 보셨지요?
들어가 보셨나요?
전 안들어가 봤어요.
다른 사람들 들락거릴 때 얼핏 봤어요.아담하게 생겼던데..
그리고
어떤 젊은이가 나오면서 싱글벙글..기다리는 친구에게 이야기 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음악도 나와...'

그 때 혼자 생각했지요.
그 옛날 30여년전..일본의 어느 관리의 아이디어가 이곳에도 들어왔구나....

'쿨'은 공중 화장실 물소리이던가..공중 화장실 음악소리라는 생각이 입니다.

단절을 편하게 느끼는..
세태의 판박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쿨'을 신봉하는 것은..
산업사회의 인간적 단절을 의미하는 것일 겁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럴까요.
쿨 세상에서는 뜨뜻한 인간미가 가려져 있습니다.
가리고 숨기는..쿨..
지금은 초기라서..숨기는 데에 더 신경 쓰지만..
나중에는 사람과의 관계에 그 만큼의 비중을 둘 수 밖에 없는..
진짜로 메마른 세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헤어지자고? 그래? 내가 울며불며 난리칠지 알았지? 아냐..그렇다면 잘 가..바이..
너는 너,나는 나..너와 나는 여기까지야..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마.다쳐..
지난 여름에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나는 알아..
네가 더러운 놈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어..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고 비난하고 싶지도 않아..
우리는 요 선에서 금을 긋고 살자..

옛날 시골 아주머니는
아들이 입었던 낡은 쉐타를..양 손으로 팔짱끼듯 여미고..
추워 고개를 파묻고..
종종 걸음으로 남의 부엌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들어가
손가락으로 음식을 집어먹고..
그 손가락을 빨며..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고 알아볼려고 했지요.
그게 사람 사는 모습이라는 생각에 추호의 의심도 없었구요.

사립문이 있지만
그건 단절이 아니었어요.
담장도 사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정도의 높이....

'쿨'의 기원에 대해서 아십니까?

질펀하고 왁자한 우리 민족하고는 사실 맞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야 세월이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요즘이야 철저히 차단된 공간에서들 살고 있으니..
어쩌면 쿨이 더 맞는 이념일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미 얼개는 오래전에 단절의 모습이었지만..
나중에야 정신이..그 하드웨어에 따가 바뀐 셈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실려가던 시절..
짐승처럼 대접받던 참담한 역사였지요.
백인들의 착취와 학대에 대처하기 위해
스스로 극도의 초연한 자세를 가지는..
그런 생존 전략이 자생적으로 만들어 졌다고 하는군요.
백인을 미워하지도 않고 공격하지도 않고..
핍박을 그냥 운명적으로 소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사조.

공포와 증오는
자기 스스로를 파멸케하지요.
더욱 힘들게 하기 마련.

살아남기 위한..정신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다른 무엇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었겠지요.
째즈와 블르스 힙합 음악이
처절한 슬픔에서 태어났듯이..말입니다.

그게 쿨의 기원이랍니다.
그런데
사실..쿨에 무슨 기원이 있겠습니까..
역사적으로 보면..그런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일본인이 쿨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봉건시대 때 일본인은 죽고 사는 것이 너무 간단했으니까요.
'인생은 무거운 돌맹이를 지고 먼 길을 가는 거와 같다'라고
도꾸가와 이에야스가 이야기 했어요.
실제로 이야기 했는지..소설 대망의 작가가 그리 붙여 놓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쉽게 떠나고
쉽게 죽임을 당하고..
파리 목숨으로 살다 보니..
살기 위해..
적당히 자기 속내를 가리고 가식적으로 적당히 해해 댔던 것이 그들의 민족적 특성이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쿨'의 모태는 살아가기 위한 생존전략인 셈인데..
대명천지 살기 좋은 요즘 세상에
세계적인 사조가 되었다니
좀 역설적인 구석이 이해가 안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 사는 것이 모두 힘들다는 반증이지요.
먹고 사는 데에 문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상대적 박탈감..
과거의 나와 비교해서의 상대적 빈곤감..일 거라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요새를 탈냉전의 시대로 봐도 되나요?
몇십년전까지는 이데오로기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멀리 있는 적에 대한 적개심이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끼리 공동체 의식과 동지의식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런 공동의 적의 개념이 없어졌지요.

저는..
사람은 갈등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사람들 기본 사회의식에는..
어느 때이든간에 적을 상정해 놓고..증오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이지요.

증오할 큰 적..
공동으로 대처할 큰 두려움의 대상에 대한 적개심이..
바로 함께 사는 공동체의 단결을 촉진하는 의미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요즘은 큰 적이 없어요.
적이 있어야 하는 사람들 속성..
그러니까 이웃이 적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적대 관계로 따로 떨어져 있어야 할 적군이..
오히려 가까운 곳에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산재 해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른바
갈등의 시절..
갈등으로 힘 든 시절인가 봅니다.

절망의 시절에 나타났던 '쿨'의 사조가
태평성대라는 이 시대에 나타났다는 것..
꼭 꼬집어 그것 때문이라고 하기도 무리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고
해소되지 않은 마음 속 긴장이 많이 응축되어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닌지..
그래서 모두 사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있겠구요..
인터넷의 발달도 한 몫 했을 것 같습니다.
가상의 공간..
적당한 인간 관계..
익명성..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깊이보다는 넓이 쪽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인터넷 세대의 기질인 셈입니다.
쿨하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