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旅館)..말 뜻으로는..여행객들이 잠을 자는 곳일 것이다.그건 예전 한적한 시절의 이야기.요즘에야..여관이 여행자나 업무출장자의 숙소로 사용하는 일은 오히려 아주 드문 일이다.골목마다 여관이 있고..도회를 벗어나 시골로 가는 길가에어김없이 커다란 여관 모텔이 즐비하게 들어 서 있다.몇 십년동안..어떤 도시를 관찰할 일이 있었다.산업화 초기 단계에는..논 밭이었던 곳이었지만..조금 있다가 논 밭 한가운데 쯤에 길이 들어서고..여관들이 띄엄띄엄 들어섰다.그 옆을 지나치다 보면 허허벌판에 여관들만 몇 채가 나래비로 서 있는..아주 생경하고 우스꽝스런 광경이었는데..그리고 십여년이 흐르고 나서는..여관만 즐비했던 곳에..주택이 들어서고 상가가 생기고 학교도 생기면서제대로 된 도시의 모습으로 바뀌었다.사람 사는 모습..간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누구나 다 공감하는 이야기겠지만..이 도시는..필요성이 생기면 그에 따라서거대한 질서가 만들어 지는 법이다.참으로 많이들 밝히는구나..아랫쪽 땡김이..이 도시에서 제일 먼저의 '필요'가 되는구나..이 도시에서..본래의 기능이외에..여관의 필요성은 무얼까.왜 골목마다 여관이고 나라 전체가 그런 곳 덩어리라는 이야기던데..왜 그런 것들이 커다란 직종이 되는걸까.남녀 상열지사에 대한 죄의식..사회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굴레 의식이 있을 것이고..불륜이 만연해 있을 것이다.여관,호텔..안마시술소..이발관..비디오방..이런 것들은..본래의 뜻에서 벗어나 사용되는 것들..남녀상열지사의 의도로 쓰임이 되고 있는 곳이다.그리고 집이 멀어 어쩔 수 없이 잠을 자야 한다면..간단하게 때우는 데를 이용할 것이다.찜질방..수면 부스..도심의 고시원..사우나탕..이런 곳들이..오히려 본래의 여관 기능을 하게 되고.어렸을 때의 단상 하나가 있다.강렬한 자극을 받았는지..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아이들과 놀고 있는데..젊은 연인들이 지나간다.도시 변두리 지역인 우리 동네는..한적한 자연을 찾아나서거나 은밀한 장소를 찾아가는 연인들이 지나는 길목..우리 동네를 벗어나면..밭..한참 걸어서 더 지나면 논..더 지나면 산..그런 위치였다.유치하고 못된 아이들 때였으니까..동네에 들어 온 남녀가..동네를 관통해서..밭,논,산 쪽으로 가면..아이들은 멀어져 가는 남녀의 뒤에서..깔깔거리며 두 손을 모아 손감자를 크게 먹였다.사납기까지 했던 어질 적 그 당시에는..남녀가 은밀하게 함께 가는 것..은밀한 공간을 찾는 일은..아주 불결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나와 같은 시절은 살아온 사람이라면..그런 촌스러운 의식의 굴레가 있다.그것은 도덕율이라는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갑갑한 굴레가 되어서 우리 스스로를 옭조아 매게 하기도 했던 것 같다.그런데 어느날우리 동네에는 보리밭이 많았고..보리가 어느정도 누렇게 익어갈 무렵이니까.. 계절은 5월 정도 되었을 것이다.눈이 훤하게 뜨일만큼 멋있는 여인이 동네에 나타났다.밝게 웃는 여인이 애인과 함께 사과를 먹으며 지나가고 있었다.남자 친구는 헤벌쭉 웃으며 그 옆에 같이 가는 데..어린 내가 보기에 그녀는 참 밝고 세련되어 보였다.뾰족 구두도 신고..머리카락도 찰랑찰랑..무엇보다..얼굴이 예뻣다.그런데..그녀의 것인지..남자의 것인지..그녀는 자켓을 팔에 걸어 들고 있었다.여느 때와 마찬가지로..아이들은 뒤에서 손감자를 내지르고..엄지 손가락을 다른 손가락 사이로 끼워 밀어대며..놀려 대기 시작했고..그 사람들이 사라지자 아이들은 금방 잊어 버리고 다른 놀이에 열중하느라..다 잊어 버리고 있었다.그런데..작은 언덕 아래로 돌아나오느라 안보였던 그들이 잠시후 먼 시각으로 다시 보였다.그들은 멀리 보리밭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무엇을 하려고 하는가.조바심이 났다.그녀가 예뻐서 그랬을까..남자의 자켓을 여자가 대신 들어 주는 것에..질투심을 느꼈는지도 모른다.그래서인지 내 시각은 그들을 계속 뒤쫓고 있었는데..아주 작은 방심의 틈이었을텐데..여자가 보이질 않았다.그곳은 복숭아 과수원과 붙어 있는 보리밭..그녀는 보리밭 속에 들어가 몸을 숨긴 게 뻔했다.남자는 보리밭을 등지고..복숭아 과수원 담장에 오줌을 누고 있었다.멀리서나마 그 광경을 다시 발견한 아이들이 또 손감자를 먹이기 시작했다.그런데도..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 눈치였다.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그들이 무얼했는지..그 다음 상황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여린 감성과 내성적인 어린 아이가 본 남녀 상렬지사에 대한 최초의 시츄에이션.내가 본 것은 그게 전부지만..나는 좀 쇼크를 받았다.표현하기는 어렵지만..많이 속상했고 두고두고 안타까웠다.사과를 먹으며 밝게 웃었던 그 여자의 얼굴이 너무 예쁘고 순결하게 생겼기 때문이었을까.그녀의 순결을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혹은 남자 어른의 사악한 훼손의 마수를 증오하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야..'예쁜 여자는 다 내가 책임져야 돼'..하던 시절..어린 시절의 내 감정과 질투와 혼란.....요즘에..그런 연인들이 가야 하는 곳은..보리밭이나 숲속이 아니고..여관이 되어야 하겠지.그런거야..사실 뭐 그런 일이야..이젠 구설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자기 집으로 가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여의치 않으면 여관에 가는 것이겠지.그런데..여관이 젊은 청춘남녀가 가는 곳이라기 보다는..부적절한 관계의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데는 그다지 틀림이 없어 뵌다.어떤 부부가 모처럼 기분을 내보겠다고..교외에 있는 모텔에 들어갔다고 한다.왜 그래야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그들의 취향이니까....그런데..그 모텔방은 몰래 카메라가 설치된 곳..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놈이..모텔 밖에 주차되어진 자동차 차적 조회를 해서..여자를 협박하려고 했다고 하고..협박에 순응하는척하면서..협박범을 만나고..그리고는..경찰에 넘겨 버렸다는 가십 기사를 본 적이 있다.실소를 자아내는 사건이었다.그런데..협박범의 논리..'교외에 모텔에 들어 온 나이 먹은 남녀는 무조건 불륜 관계일 것이다'그 단순 논리가 틀어져서 쇠고랑을 찼지만..그러나 대부분이 불륜의 관계일 것이다.오전에도 모텔의 방이 모자라 기다려야 한다는 지경에서는..오히려 그 협박범의 어리석음을 욕하게 되질 않고..재수없는 놈이구나..하는 안스러움이 더 크게 된다.마누라가 베갯머리에서 '당신은 대단한 남자야'라고 속삭여 준 적이 없어서 그런가..나는..남녀 상열지사에 대해서..자신이 없다.나이 먹으니 더 그렇다.예전에..이 세상에 모든 예쁜 여자는 내가 접수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시절이 있었는데..지금은 한 사람도 접수를 못했다.어떤 자은 마누라 집에 두고 바람도 피우는데..마누라도 없고 바람도 못피우고 있으니..참으로 엿같은 일인가 싶다.그러나마누라 두고 바람 피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그짓도 그다지 행복한 일은 아니지 싶다.몰래 바람 피는 것은 참으로 자극적인 도락일 것이다.그런데..그게 찜찜하기도 하지만..엄청 공허한 일이 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내 어렸을 때..우리동네 보리밭에서 봤던..그 남녀 상렬지사에 대한 타부의식은 스스로를 괴롭힐 것이다.병적일 정도의 윤리의식과 사회적 시선들..그리고 무엇보다..배반한 사람과의 불편한 인간관계의 혼란..껍데기뿐인 관계..꽤나 마음 깊은 곳이 쓸쓸한 일일 것이다.어디가서 정신적인 위안을 얻을 것인가.스쳐가는 '바람'이기 때문에..한 때의 오락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갈등일 것이고..허탈하고 찝찝한 무엇이 더 클 것 같다.이혼율 50%의 또 다른 면은..싸가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솔직해지는 사회 세태를 이야기하는 것일 것이다.우리 사회가 위선의 사회라는 것이고..그 위선의 탈이 점점 벗겨진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실제로는 해체된 것과 같은 가정을 남의 시선과 관계의 속박 때문에..자신의 감정은 희생하면서..허울로만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꽤 많고..아마 그런 사람들이 억압을 떨치고..그래서 점점 이혼율은 늘어나게 될 것 같다.이혼을 부추기거나 환영하는 뜻을 아니지만..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과 마찬가지로..참으로 외롭게 짝을 이루고 살고 있는 사람이 많으니까..어쩔 수 없는 추세가 되는 것일 것이다.이 도시에 여관이 많다는 것은..불륜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기회가 없어서..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 용기가 없는 사람까지 합친다면..거의 불륜의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그러나..점점..불륜보다는 차라리 이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 날 것이고..나중에는여관이 줄어들 것이다.'우리 집에 가서 저녁 같이 먹읍시다'외국놈들이 주로 그러듯이..불륜이 아니라면..왠만하면 자신의 집으로 파트너를 오게 할테니까.10년전쯤 내가 유일하게 나가 본 나라.. 일본..지금의 우리나라 원룸에 해당하는..이른바 독신자 아파트 같은 곳에 가 본 적이 있다.전화번호와 함께 야시시한 차림의 여자 사진이 박혀있는 명함..그런 명함이 수십장 문틈에 끼워 넣어져 있었다.생전 처음 보는 물건이라 기념으로 가져왔는데..우리나라도 요즘 엄청하게 그런 것이 많아졌다.꼭 10년 터울로 일본을 좇아가니까........젊잖지 못한 일로 쉬쉬하고 있지만..엄청나게 많은 그쪽 산업이 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필요악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은 것일 것이다.찜질방 24시간 영업을 단속한다는 이야기..비디오방이 연인들의 은밀한 장소가 다시 되고 있다는 이야기..그런 뉴스들을 접하고..주절 주절.....